“집짓기 공사가 80% 정도 진행된 어느날, 시공사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그의 입에서 나온다. ‘도면과 현장 상황이 많이 달라져, 어쩔 수 없이 공사비가 2000만원 정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현장을 살펴보니 그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지만, 이번이 두 번째 공사비 증액이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A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마세요. 법대로 합시다’.”
국내 최초 주택기획 전문기업인 ‘친친디’의 서동원 대표가 우리나라 집짓기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례로 소개한 내용이다. 친친디는 ‘친절한 친환경 디자인하우스’의 줄인 말이다. 친친디는 땅집고과 함께 건축 대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 대표는 오는 8월 24~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개설되는 ‘땅집고 파트너스 특별관’에 참여해 집짓기 프로젝트 100여개를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소개한다.
■회장님, 검사님도 집짓기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왕초보’
서 대표는 “아파트와 빌라에 사는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집짓기에 대한 꿈을 꾸지만, 실제 집짓기를 시작하는 순간 혼란과 분노, 배신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 대표가 내세우는 모토는 ‘절대 손해보지 않는 집짓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학력이 높고, 글로벌비즈니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비즈니스맨이라고 하더라도 집짓기 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하수(下手) 중의 하수’로 전락하게 된다. 회장님, 사장님, 검사님도 마찬가지다. 서 대표는 “집짓기 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예비 건축주의 머리속 계산기는 상대에게 아주 쉽게 읽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따지고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구주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60.1%(1003만 가구)는 아파트다. 서 대표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나, 집을 새로 짓는 것이나 별로 다를게 없는 일이지만 집 주인이 겪어야 할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 선택만 해 주세요. 고객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집을 짓겠다고 결심 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집니다. 집을 짓기 위해 시공사나 건축가를 만나면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선택해 주시면 제가 그 중에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제가 ‘잘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드릴 수는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서 대표는 예비 건축주가 건물을 지으려고 건축사무소나 시공사를 찾아 첫 상담을 할 때 ‘호구’처럼 보일 수 있는 3가지 답변을 소개했다. 3가지 사례는 대부분 건축 시장의 ‘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해 벌어지는 사례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어려운 말이든, 쉬운 말이든 집짓기 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을 써라”
첫번째 질문 “왜 집을 지으려고 하세요”. 답변 “저랑 와이프랑 살 집을 지으려고 합니다. 애들이 있기는 한데 얼마나 집에 자주 올지는 모르겠고, 둘이 주로 살기는 할 텐데…”
이렇게 답변하는 순간 ‘초보’티가 확 난다. 이런 대답을 하는 순간 상담을 해 주는 컨설턴트는 “대략 어떻게 요리하면 좋겠다”는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간다. 서 대표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적어도 ‘자가거주 목적입니다’ 정도의 대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태여 한자를 동원해 쓰라는 말은 아니다. 초보티를 너무 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어려운 말이든 쉬운 말이든 최소한 집짓기 시장에서 통용되는 단어를 써야 시간도 절약하고, 상대방도 건축주를 ‘호구’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 꼬마 빌딩을 지으려고 상담을 하다가 “무슨 용도로 빌딩을 지으려고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때 초보 건축주는 이런 대답을 한다. “제가 좀 있으면 은퇴를 해야 해서…. 1층에는 상가, 2층에는 원룸을 넣으면 어떨까요. 4층에는 제가 살아도 되고. 이러면 월세로 생활비는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정말 그런가요?. 중간에 팔면 팔리고…”
건축주가 쓸데 없이 너무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건축주가 주관이 뚜렷하지도 않고, 사전에 공부도 전혀 하지 않고 왔다는게 명확하게 드러난다. 모든 것을 알고 건축 상담을 할 수는 없지만, 목적만 정확하게 얘기해 주면 상담을 이어가면 된다.
예를 들어 “수익용으로 지으려합니다”라고만 대답하면 그만이다. 월세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지, 매각 차익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지는 상담을 하면서 순서대로 서로 질문이 오고 가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신세 타령하듯이 상담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세번째, “대상 용지의 지번과 용적률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초보 건축주의 대답은 보통 “(눈을 껌벅거리며) 서교동에 있기는 한데, 용적률까지 정확하게 조사해 보지는 않았고….”. 집을 짓기 위해서는 땅의 정확한 지번을 확인하고, 토지 이용계획, 법규상 허용되는 용적률, 건폐율 정도는 미리 공부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보통 이럴 때는 “지역은 서교동이고, 땅은 크기는 60평이에요. 조사해보니 2종 일반지역으로 건폐율 60%에, 용적률 200%로 돼 있더군요” 정도의 대답은 해 주어야 한다.
보통 사람에게 집짓기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이벤트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건축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고 발을 디뎠다가는 ‘도마 위 생선’처럼 요리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 대표의 충고다. 물론 아무리 많이 공부를 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도 예비 건축주는 건축사나 시공사에서 하자는대로 끌려가기 마련이겠지만, 최소한 첫 미팅 때부터 “나는 초보이니, 마음껏 뜯어가세요”라는 인상은 주지 말아아야 한다는 게 서 대표의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