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공원 부지로 계획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근린공원 부지 97%를 대기업 계열사인 B사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이지만 40년 이상 공원 부지로 묶였던 이곳은 이르면 2020년 7월 공원 부지에서 해제될 예정이어서 소유주인 B사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은 한남근린공원의 필지별 등기부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공원 지정 면적 2만8197㎡(33필지) 중 2만7532㎡(19필지)를 B사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한남근린공원은 용산구 한남동 677-1 일대 순천향병원 바로 옆이다. 국내 최고급 임대주택을 짓고 있는 ‘나인원 한남’이 공원 부지 북쪽에 붙어있다. 전체 면적의 97%인 2만7923㎡(27필지)가 사유지이고 3%(6필지)가 국·공유지이며, 이 중 B사가 소유한 면적은 전체 면적의 97%, 사유지의 98.6%에 달한다.
지존에 따르면 B사가 소유한 공원 편입 토지의 올해 개별공시지가 합계액은 1094억 7232만원에 달한다.
한남근린공원은 1970년대 후반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원 조성계획이 집행되지 않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됐다.
B사는 이 땅을 2014년 6월에 사들였고, 이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5년 10월1일 공원 부지에서 해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15년 8월 용산구청에 공원계획 해제를 막기 위한 공원 설치계획 수립을 독촉했고, 용산구청은 하루 만에 ‘145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B사 측은 2015년 12월 공원조성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 1심에서 이겼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강석규)는 “헌법상 재산권 제한의 효과를 수반하는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불가피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구체적 검토도 없이 막연히 ‘14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017년부터 토지보상과 공원조성을 한다’는 계획은 합리적 예측가능성과 실행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사적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B사가 최종 승소하고 2020년 7월 이후 한남동 공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에서 풀리면 이 자리에는 인근 ‘한남더힐’과 같은 최고급 주택 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개발이 이루어지면 한남대로와 접해있고 인근에 주한스위스 대사관 등 외교공관이 입주한 뛰어난 정주여건으로 개발 이익이 엄청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원으로 개발하면 B사는 토지 보상비를 받게 된다. 용산구청은 한남근린공원 조성비를 2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상 공원조성비의 90% 정도가 토지보상비인 점을 감안하면 한남공원 토지보상비는 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도심 요지에 있지만 취득 당시엔 공원으로 편입돼 있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대형 건설사가 사들인 것은 일반적인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