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는 때를 잘 만나야 한다. 특히 부동산은 아무리 풍부한 자금력과 지혜를 가졌어도 투자 시기를 잘못 맞추면 낭패보기 쉽다. 토지를 제외한 부동산은 건설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부동산 전문기자인 김순환씨와 이정선씨는 함께 쓴 책 ‘부자들은 지금 초소형 부동산을 산다’에서 부동산 시장이 끝물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 네 가지 전조 현상을 소개했다.
① 대부분의 투자자가 부동산에 열광할 때
우리 속담에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말을 따라하면 안된다. 친구도 청약하고, 선생님도 청약하는 등 너도나도 부동산에 매달릴 때 거품이 형성된다.
부동산 시장 열풍은 모델하우스 인파에서 시작한다. 이어 높은 청약률과 계약률에서 ‘부동산 열풍’이 잘 드러난다. 이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일이 잦을 때가 정점이라고 보면 된다.
부동산은 누구나 열광할 때 투자 수익률이 낮다. 열풍이 부는 시점은 이미 가격이 높아져 수익률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부동산 시장은 ‘친구따라 강남 갈 때’가 정점이며, 이런 정점의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터지는 시기가 온다.
부동산 시장은 2014~2017년 분양 가구수, 청약경쟁률, 계약률 등이 고공행진했다. 2018년에는 서울과 지방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고공행진은 마찬가지다. 이는 바로 시장의 끝물이 다가왔다는 뜻이 될 수 있다.
② 정부 부동산 규제가 정점일 때
2018년 부동산 시장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가 시행 중이다. 분양권 양도 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재당첨 금지기간 확대,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최강의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에는 총체적부채상환비율(DSR·신규 및 기존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 시행에 들어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지난 4월부터 시행됐다. 여기에 올해 공시지가는 10% 이상 올라 재산세도 그만큼 더 내야 한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는 주택 시장 관련 규제가 수차례 발표된 이후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사실상 마지막 대책이다. 어쩌면 보유세 강화 카드밖에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2018년 상반기는 정부가 내놓을만한 대책이 다 나오면서 규제 폭설이 부동산 시장을 덮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규제의 꼭지점’에 왔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금리 인상까지 실행되면 부동산 시장은 겨울로 접어들 수 있다.
③ 부동산 세금이 가장 많을 때
경기가 좋을수록 세금은 많이 걷힌다. 부동산 시장도 호황일수록 세금이 늘어난다. 2018년 4월 기준 주택 시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외에 세금이 오르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하면 공시지가 등이 올라 세율이 오르지 않아도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이 늘어난다.
2018년 적용되는 아파트 공시 가격을 보면 서울(10.19%)과 세종(7.5%)이 크게 올랐다. 이 기간 전국이 평균 5.0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두 지역만 많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공시지가도 대폭 오른 상황이어서 서울과 일부 지역은 전년 대비 급증한 재산세 고지서를 받을 것이다. 여기에 공시지가가 올랐으니 종합부동산세도 많이 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보유세 강화가 이뤄진다면 부동산 세금은 대폭 늘어날 것이고 시장은 침체 국면에 곧바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④ 기준 금리가 2~3회 인상된 후
부동산 투자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서울 집값을 급등시킨 것은 이른바 ‘갭(gap) 투자’(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만 갖고 투자하는 것)의 등장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갭 투자는 저금리를 활용해 부동산을 사두는 방법이다. 이자가 싼 만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
금리는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금리가 지속될수록 유동성이 늘고 돈은 부동산으로 몰린다. 집값이 오르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5년 동안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도 급등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금리를 딱 한번 올렸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예상보다 더 오른 상황을 봤을 때 문자 그대로 ‘찔끔’ 인상한 수준이다. 2018년 들어서도 아직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이 지난 3월 금리를 0.25% 인상한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가 2회 이상 오른 이후 ‘어느 때’가 정점일 가능성이 크다. 3회째 오를 때는 정점에서 내리막길을 타는 순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시장은 끝물이 더 달콤하다. 하지만 그런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김순환씨는 “현명한 투자자는 부동산 수요자 대부분이 열광할 때 거품이 꺼진 이후 투자를 준비한다”며 “거품 붕괴 후 침체 기간이 부동산 투자의 ‘골든 타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