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선택할 때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주부들이 모델하우스에 들어오면 눈이 제일 오래 꽂혀 있는 곳은 주방이죠. 분양 회사 입장에선 주방에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도 분당 구미동에서 분양하는 타운하우스 ‘더 포레 드 루미에르’ 분양 회사 관계자는 “요즘은 가구도 외국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면서, 고급 주택일수록 주방 가구에 투자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낯설었던 고급 주방 가구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 소위 ‘명품’이라고 알려진 가구 브랜드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짓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빌라, 타운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최근에는 강남권에 분양하는 일반 재건축 아파트에도 수입가구가 설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름 생소한 유럽 명품 가구, 고가 주택 중심으로 확산
더 포레 드 루미에르의 주방은 이탈리아의 고급 주방 가구 ‘다다(Dada)’ 제품이다. 이 주택의 모델하우스 내부는 전반적으로 화이트톤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주방 가구만큼은 블랙톤이 지배적인 색깔이다. 화이트와 블랙이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면서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편이다.
더 포레 드 루미에르는 분당 빌라 단지인 분당 구미동에 짓는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의 주택이다. 총 29가구가 들어서는데, 지하에서 지상까지 총 5개 층을 한 가구에서 모두 사용하는 독특한 외관의 고급 주택이다. 이 주택에 설치한 주방 가구 다다는 이탈리아 가구 전문 회사 몰테니 그룹의 브랜드이다.
분양 회사 관계자는 “다다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분양한 고급 주택이 많이 설치돼 부유층 사이에선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며 “주택 구입의 선택권을 가진 주부들의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 주방에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다다는 서울 성수동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 포레, 서초 래미안 등에도 설치됐다.
■수입가구 여전히 비싸지만, 대량 수입하면서 과거보다는 30~40% 거품 빠져
수입 가구는 지금도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과거에는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소량만 수입하는 구조여서 국내 가격이 현지와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비싼 경우가 많았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명품 주방 가구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10여년 전만해도 1억~2억원씩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대량 수입이 가능해서 가격 거품이 30~40% 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입·판매되고 있는 수입 가구로는 다다(Dada)를 비롯해 불탑(Bulthaup), 보피(Boffi), 라이히트(Leicht), 알노(ALNO), 노빌리아(Nobilia), 놀테(Nolte), 포겐폴(Poggenpohl) 등이 있다.
최근엔 일반 아파트에도 수입 가구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비교적 많이 알려진 독일 주방가구 놀테(Nolte)는 놀테는 과천 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과천 위버필드’에 주방가구로 설치돼 주부들의 관심을 끌었다. 놀테는 평창 아도르프, 속초 테리바움, 양양 골든비치 등 고급 주택에도 설치됐다. 놀테는 모든 제품이 독일에서 생산되지만 대량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 현대건설이 짓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에는 이탈리아 보피(전용면적 105㎡T타입 이상)를 설치한다. 보피는 레드닷, 시카고 아테나 굿디자인상 등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디자인이 강점이다.
현대건설은 또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에도 전용 135㎡ 주택에는 보피 제품을, 전용 168㎡ 이상에는 독일 불탑 제품을 설치한다. 불탑은 ‘주방 가구계의 벤츠’로 불리는 독일 대표 브랜드로,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일부 적용되던 제품이다. 효성건설이 건설 중인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주방에도 보피 제품이 설치된다.
대림산업이 시공한 ‘아크로리버 파크’에는 독일산 명품 주방가구 알노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대중적인 주방 가구 중하나는 노빌리아다. 대치 SK VIEW(입주 완료)에는 시공이 됐고, 래미안 루체하임,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방배 아트자이, 푸르지오 써밋 반포 등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강남 재건축도 가격이 20억원씩 하는 경우가 많아 가구를 보는 고객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다”며 “최근엔 국산 가구 브랜드도 고급 라인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품질도 좋아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