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도권 분양 시장은 이른바 ‘당첨만 되면 5억원이 남는 로또 아파트’로 떠들썩했다.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공급되는 ‘미사역 파라곤’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용면적 102㎡ 주택형 기준 분양가가 5억68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5억원이나 저렴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809가구 모집에 8만4875명이 청약 접수해 평균 104.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로또 열풍’을 불러온 이 아파트는 정말 ‘로또’가 맞을까?
■주변 아파트 실거래 390건 전수 분석했더니…
‘미사역 파라곤’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102㎡가 5억6820만원, 공급면적 1평(3.3㎡)당 1453만원 선이다. 땅집고는 비교를 위해 미사강변도시에서 올 들어 5월 말까지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 390건의 가격을 전수 조사했다.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전용면적 1㎡당 가격을 산출했다.
이 기간 미사강변도시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 가격은 전용 1㎡당 624만원부터 최고 1034만원으로 나타났다. 단지마다 전용률이 달라 오차가 약간 있지만 공급면적 1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620만~2600만원 정도다. 비교적 편차가 커서 비교 가격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미사역 파라곤’의 예상 차액도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실거래 최고가와 비교해도 5억 차익 어려워”
‘미사역 파라곤’의 입지 조건을 따져봤을 때 미사강변도시의 최고가 아파트와 분양가를 비교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 아파트는 내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5호선 미사역과 직접 연결된다. 미사강변도시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미사강변도시에 지하철이 없어 아파트 입지별 가격 차가 크지 않지만 역세권을 선호하는 추세로 보면 ‘미사역 파라곤’이 입주하면 미사강변도시 내 최고가 아파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사강변도시의 실거래가 중 6건은 1㎡당 1000만원(평당 약 2500만원)을 넘었다. 이 최고 거래가격을 ‘미사역 파라곤’ 분양가와 비교하면 ‘미사역 파라곤’의 예상 시세 차익이 5억원을 넘어간다. ‘당첨만 되면 5억원인 로또’라는 소문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례를 ‘미사역 파라곤’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최고가 거래 6건이 모두 ‘미사강변도시 28단지’와 ‘미사강변파밀리에’ 등 전용면적 59㎡ 소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의 단위 면적당 가격은 대형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미사역 파라곤과 비교할만한 대형 아파트 사례를 찾아봤다.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면적 96㎡(총 9억, 1㎡당 934만원), ‘미사강변더샵 리버포레’ 전용면적 112㎡(총 10억3500만, 1㎡당 917만원) 등이 1㎡당 900만원 수준에서 매매됐다. ‘미사역 파라곤’도 이들 아파트처럼 1㎡당 9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예상 차익은 3억5000만원 정도다.
■“적게 잡아도 1억5000만원 시세차익 기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미사강변도시의 최저가와도 비교해봤다. ‘하남 더샵센트럴뷰’와 ‘미사강변도시 2단지’ ‘미사강변한신휴플러스’가 실거래 최저 수준인 전용 1㎡당 600만원 대에서 48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이들 거래는 대부분 올 1~2월에 이뤄졌다. 이 아파트들도 3월 이후에는 대부분 1㎡당 700만원대로 가격이 올랐다.
3월 이후 거래는 특별히 낮게 신고된 2건을 제외하면 최저가가 1㎡ 당 700만원이다. 1㎡당 700만원의 가격을 미사역 파라곤과 비교하면 1㎡당 150만원, 총 분양가 기준으로 약 1억5000만원 차익이 남게 된다.
■“대형 수요 많을까…묻지마 로또는 아냐”
‘미사역 파라곤’ 아파트가 마냥 ‘로또’라고만 보기 어려운 변수도 존재한다. 우선 이 아파트가 전용면적 102㎡, 107㎡ 등 대형으로만 구성된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점이다. 대형 아파트 특성상 단위 면적당 가격이 중·소형보다 낮다. 심지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곳에서는 중소형보다 매매가격이 낮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마을 쌍용2차’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33㎡ 시세가 4억원 초반대로 같은 단지 전용면적 84㎡와 별 차이가 없다.
미사역 파라곤은 발코니 확장 비용이 가구당 1600만원쯤 필요하고, 시스템 에어컨(최소 520만원), 드레스룸(360만원) 등 옵션을 포함하면 3000여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률(79%)이나 외관(판상형)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게 짓는다. 하지만 최근 주상복합 단지가 일반 아파트보다 시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도 미사역 주변 단지 중에서 가장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인 아파트와 달리 계약금이 20%로 책정됐고, 중도금 1회(10%)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2억원 정도는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 소유권 등기시까지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 일부 청약자들은 계약을 포기할 우려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하남시가 조정대상지역에 속해 1가구1주택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간 살아야 해 하남권역에 살지 않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차익이 많이 남으려면 최근 급등한 이 지역 시세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인데, 공급 물량이 많아 입주 시점에 예상보다 차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