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옛 도심을 일자리가 넘치고, 청년 창업 거점으로 되살리려는 도시재생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아직 도시재생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땅집고는 우리보다 앞서 도심 쇠퇴를 경험한 선진국의 도시재생 현장을 살펴봤다.
[해외 도시재생 현장] ② 범죄 소굴이던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의 대변신
초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 공공도서관’ 바로 앞. 서울 광화문 광장의 두 배쯤 되는 3만8000㎡ 규모 대형 공원이 있다. 바로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다.
이 공원은 뉴욕시 소유이지만 비영리 사기업인 브라이언트 공원 법인(Briant Park Corporation)이 관리·운영한다. 2010년까지 세계 3대 패션쇼인 ‘뉴욕 패션위크’가 열렸고 겨울에는 뉴요커들을 위한 ‘더 폰드’ 스케이트장이 설치되는 명소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사연(?)이 많다. 1880년대부터 공원으로 운영됐지만 1970년대 후반만 해도 뉴요커 누구도 발을 딛지 않는 범죄 소굴이었다. 마약상과 매춘부, 부랑인들이 모여들었다. 1976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6개월만에 노상강도 43명, 마약 소지자 52명이 붙잡혔다. 시의회에서는 공원 전체를 폐쇄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범죄 소굴이던 이곳이 어떻게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을까.
■주변 건물주들이 분담금 내고…상권 활성화로 보상
브라이언트 파크를 다시 살리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이는 기업가 댄 비더만이다. 그는 이곳에 질서를 바로 세우고 인파가 몰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사업가들을 설득해 펀드를 설립했다. 1980년에는 브라이언트 파크 복구법인(Bryant Park Restoration Corp.)도 만들었다.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 재생을 시도한 셈이다.
비더만은 초기에 록팰러 재단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다가 1988년부터 사업진흥지구(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라는 제도를 이용했다. 1970년대 초 시작된 BID는 일정 구역 내 상업용 건물로부터 재산세의 2~5%를 부담금으로 걷어 환경 미화와 시설 개선, 홍보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즉 브라이언트 공원 주변 건물주들이 부담금을 내 공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1987~1991년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고 1992년 재개장했다.
재개장 27년차에 접어든 브라이언트 공원은 현재 뉴욕 시민들에게 ‘오피스 오아시스’라고 불릴만큼 인기가 높다. ‘브라이언트 파크 그릴’과 ‘브라이언트 파크 카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찾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매년 겨울 오픈하는 ‘더 폰드’ 스케이트장, 여름철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브라이언트 공원 무비 나이트’에도 시민들이 몰려든다. BID 분담금을 내는 기업 후원으로 수많은 음악·공연·스포츠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관광객을 포함해 매년 600만명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한 공원’으로 꼽히게 됐다.
범죄도 크게 줄었다. 뉴욕시 범죄통계에 따르면 공원 재개장 이전인 1990년 살인·강간·강도 등 범죄가 총 52만7000건 발생했지만 2006년 12만8000건으로 75% 줄었다. 같은 기간 뉴욕 인구가 730만여명에서 810만여명으로 10% 이상 늘어난 것과 대비해 범죄율이 급감한 것이다.
■공적 지원 한 푼 없이 연 130억원 수익
브라이언트 파크가 모범 사례라는 것은 모객 효과나 주변 부동산 가치 상승 뿐만이 아니다. 자생력을 갖춘 개발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자생적(自生的)이란 말 뜻 그대로 브라이언트 공원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세금이나 공적 자금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브라이언트 공원의 2016년 운영 수익은 총 1190만달러(약 130억원). 이 돈은 인건비·시설물 투자 등에 쓰였다. 구체적으로 2016년 수익 중 BID를 통한 분담금이 160만달러(약 17억원)였다. 공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 수익으로 158만달러, 공원사용료로 155만달러를 각각 벌어들였다. 식당 임차료 수입(223만달러)과 기부금(487만달러)도 있다.
성공적인 도시 재생을 이끌어낸 밑바탕에는 BID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지만, 브라이언트 공원은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다. 뉴욕 시내 12개 공원이 BID로 지정됐지만 브라이언트 공원만한 성과를 내는 곳은 찾기 어렵다.
김응천 서컴퍼시픽 대표는 “브라이언트 공원은 민간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도 직접 추진했다”면서 “지자체는 뒷받침만 해주는 민관의 역할 분담뿐 아니라 수익원 다양화와 혁신적 경영을 위한 끊임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