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천장을 30cm만 높여도…건물 가치가 확 오르죠"

뉴스 오유신 기자
입력 2018.05.31 04:00 수정 2018.05.31 12:20

‘부동산의 중심’ 조선일보 땅집고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3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이 6월 9일에 문을 엽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3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미리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이중원 성균관대 교수, “천장고가 사람과 건물을 여유롭게 만들어”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오유신 기자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천장 높이는 충분하십니까?”

아파트 천장고는 단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방문 높이(2.1m)보다 조금 높은 2.4m다. 시공비, 냉난방비 등을 이유로 이 땅에 정착한 주택의 표준 높이다. 경제성과 합리성이 가져온 시대의 산물인 셈이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집을 디자인하면서 무엇을 고민하고, 공동성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자문했다. 고심 끝에 내린 답은 천장고를 한 치라도 더 높여보자는 것. 건축주들과의 사전 미팅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내용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 MIT 출신으로 보스턴에서 8년간 건축가로 활동했던 이 교수는 “천장고가 높은 방에 오래 살면 추상적 사고 능력이 발달한다. 넉넉함을 느끼고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고 했다. 결국 창의적이고, 대담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루안재' 가족실. /사진=박영채, 디자인=iSM-Architects


실제 그의 작품에서 천장고를 빼놓을 수 없다. ‘루안재’ 가족실, ‘금서당’ 거실, ‘아스펜’ 계단실은 이런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천장 높이는 삶의 질과 건물 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영국 건축가인 존 러스킨도 천장이 30cm 높아질 때마다 방의 고귀함이 더해진다고 했다.

이 교수는 “건축에는 대성당 효과(Cathedral Effect)라는 말이 있다. 천장이 높은 방에서 생활하면 큰 것을 생각하게 되고,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란다”면서 “단독주택에서 천장고를 높여 사람들이 대성당 효과를 누리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동 '에지하우스 II'. /사진=박영채, 디자인=iSM-Architects


-집짓기 전에 건축주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대지, 즉 땅이다. 땅에 대한 물리적 가치를 건축주들이 못본다. 보통 남향 땅이 좋다지만 북향이나 동향 땅이 나쁜 건 아니다.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 건축가와 협의하면 땅의 잠재적 가치를 알 수 있다. 관련 건축법도 살펴본다. 그러면 명쾌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설계할 때 가장 신경쓰는 공간은.
“거실, 계단실 등 공용 공간이다. 거실 위치가 집의 배치를 결정한다. 현관에서 거실까지 거리감 등을 고려해 거실 위치를 중심으로 설계한다. 계단실은 조형적인 요소다. 결국 넓은 의미의 인테리어다. 안방은 거실보다 규모는 작지만 주변 조망과의 관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특히 방마다 천장고를 살짝 높여주는 것은 건축가가 주는 숨은 선물과도 같다. 대리석처럼 현란한 치장이 줄 수 없는 지속적인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천장이 높으면 냉난방비가 많이 든다고 우려하는데 오히려 멋진 조망과 따뜻한 햇볕을 누릴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

경기 용인시 고기동 '금서당' 거실 외관. /사진=박영채, 디자인=iSM-Architects


-설계 과정 중 가장 힘든 점은.
“건축주가 집을 짓는 도중 목적의식이 바뀔 때가 종종 있다. 막상 집을 짓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듣는 게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건축 작업은 시간과 직결된 과정이다. 공사비뿐 아니라 설계 변경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흥적인 느낌보다 오랜시간 공부하고 준비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건축주 가족의 요구 사항은 어떻게 반영하나.
“모든 건축주는 어렵게 돈을 모아, 어렵게 땅을 사고, 오랜 시간 가족과 회의를 거쳐 건축가를 찾아온다. 가족 구성원 저마다 원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주방에서 나는 음식냄새가 싫으니 보조주방이 넓었으면 좋겠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방음재에 더 신경써달라’ 등 다양하다. 설계 초기에 옵션 4~5개를 만들어 제시하고, 가족끼리 토론하게 한다. 그 결과를 이메일 등으로 받아 다시 건축주와 협의한다. 모든 옵션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우선 순위를 정해 결정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운중동 '아스펜' 계단실. /사진=박영채, 디자인=iSM-Architects


-시공사 선정은 어떻게 하나.
“집을 제대로 지을려는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우수 시공사로 선정한 회사들이다. 보통 3군데에서 견적서를 받고 건축주와 함께 논의한다. 시공비를 절약할 부분은 있는지, 디자인을 강조해 진행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실례로 내·외장재마다 가성비를 따져보는 건 기본이다.”

-수강생에게 조언한다면.
“결국 협소한 장소에서 가치 창출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좁은 땅을 넓게 보이게 하는 게 전문가의 고민이다. 아무리 방이 작아도 열린 공간을 찾으면 제약을 뛰어 넘는다. 천장고 역시 이런 맥락이다.”

-향후 계획은.
“대지 규모가 작다고 사는 사람마저 좁게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만족할 필요는 없다. ‘수직적 확장과 팽창’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공간이 만드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여유와 여백을 즐겨야 한다. 현재 경기 판교신도시 9단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도 건축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고의 천장고가 나오도록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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