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올 2월 17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두 달이 지난 4월에는 같은 84㎡가 15억원에 팔렸다. 두 건 모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실제 거래다.
이를 보면 이 아파트 가격이 2개월 만에 2억2000만원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4월부터 다(多) 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작됐다는 설명까지 곁들이면 아파트 가격 하락이 본격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거래 가격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정보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같은 주택형도 동·층·향 등에 따라 10% 격차
집을 사기에 앞서 실거래가 확인은 필수다. 문제는 실거래가만으로 해당 아파트의 정확한 가격 변동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것. 아파트는 주식이 아닌 탓이다. 기업 주식 1주의 가치는 똑같지만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면적도 동(棟), 층, 향(向)별로 제각각이다.
잠실동 '리센츠'처럼 대단지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우선 동별로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가까운 곳은 걸어서 1분, 거리가 먼 북쪽 동은 11분으로 차이가 크다. 북쪽 동은 한강이 가까워 지하철역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보완된다. 하지만 같은 북쪽 동이라도 방음벽 때문에 한강이 보이지 않는 6층 이하 중저층은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아파트의 2월 실거래가를 보면 같은 시기에 거래됐음에도 거래 가격이 최고 17억2000만원과 15억2000만원으로 2억원 차이난다. 국토부 자료에 동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대체로 저층은 16억원 이하, 20층 이상은 16억원 이상에 거래됐음을 알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매물별로 매매가격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 아파트 실거래가의 경우 대개 고층과 저층 가격 격차가 최대 5% 정도다. 조망이나 향(向)에서 차이가 크다면 10%까지 벌어진다. 리센츠의 경우 최고가와 최저가의 격차는 10% 정도인 1억7000만원이다.
■‘최고가’끼리 비교…현장 확인이 바람직
따라서 2월 최고가와 4월 최저가를 비교해 2억2000만원이 하락했다고 보는 것은 실제보다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을 과대 평가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실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가격 변동 폭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조사 기간이 길고 거래 사례가 많다면 일정한 기간별로 최고가 거래 사례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기간별 최고가를 기준으로 변동 폭을 파악하고, 동·층 등 변수를 고려해 해당 매물의 적정 가격을 파악하는 식이다. 평균값이나 중간값은 일정 기간의 매매 사례가 고층에 몰려있는지, 저층에 몰려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흔들릴 우려가 크다. 이렇게 보면 2월 최고가 17억2000만원과 4월 최고가 16억7000만원을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식이다.
물론 최고가 비교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아파트 가구수에 비해 해당 기간 거래량이 적으면 오류가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특정 기간 최고가 거래가 단지 내에 가장 선호되는 물건이라면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됐을 가능성도 있다. 리센츠의 경우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가깝고, 앞뒤로 조망이 뛰어난 231동의 고층이라면 매물이 한정적이어서 일반적인 고가 매물보다 수천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
동·층 등 조건이 비슷한 매물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가능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잠실동의 P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괜찮은 매물’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현재 잠실의 시세는 최고점이던 올해 2월과 대비 5000만~8000만원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락 폭이 ‘1억원 이상’이라거나 ‘3000만~4000만원’정도라고 말하는 중개업자도 있었다.
또 다른 방법은 아파트 시세 조사 기관의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시세 자료를 보면 5월 현재 이 아파트의 상위 평균가는 17억1000만원으로 2월 대비 3000만원 하락했고, 하위 평균가는 같은 기간 15억8500만원에서 15억8000만원으로 500만원 내렸다.
동·호수별 가격 편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면적과 층수만 공개되는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한강 조망 등 특수한 매물은 집값의 20%까지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이런 정보를 실거래가 사이트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은 문제”라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매물별 차이를 염두에 두고 비슷한 조건의 매물을 비교하거나 가능하면 꼭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