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상가도 세입자 우위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부동산 시장 변화와 경기(景氣) 침체 영향으로 건물 공실(空室)이 곧 건물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건물 가치를 올리거나 최소한 유지하기 위해선 우량 세입자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 질 겁니다.”
지난 20년간 상권 분석을 한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상가 업계에선 누구나 알아주는 ‘고수(高手)’로 통한다. 오랫동안 상가 컨설팅을 하면서 실제 창업도 했다. 그는 지금도 주말마다 서울과 수도권 상권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권 이사는 이달 초 서울 40개 상권의 상가 권리금·월세·업종, 유동인구 등을 분석한 책 ‘부자들의 상가투자’를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상가와 상권에 대한 책은 많지만, 실제로 현장을 찾아가 상권별로 실전형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그는 땅집고 인터뷰에서 “인구가 줄고, 빈 가게가 느는 상황에서 상가 투자에서 좋은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키(key)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년 가까이 상권을 분석했는데, 요즘엔 무엇이 달라졌나?
“예전엔 사람들이 약속하고, 만남을 가질 때 신촌과 강남, 명동 등 유명한 도심과 일부 부도심으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나만 아는 골목 상권, 외진 곳의 ‘핫 플레이스’를 발굴해 그곳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트렌드가 됐습니다. 그런 골목을 찾아가는 행위 자체도 데이트의 일부가 된 것이죠. 덕분에 골목상권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포구 연남동이나 상수동, 용산구 이태원동 등에서 성공한 모델이 퍼져나가면서 ‘○○길’, ‘△△파크’ 등이 여러 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이 성장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소비자 행동 패턴이 바뀌었어요.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예전 같으면 도저히 찾아가기 힘든 뒷골목까지 찾아가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스마트폰에 지도가 있고, 아무리 후미진 골목이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한 주택가에도 예쁜 테마와 가게가 생기면 그 골목이 상권화됩니다. 기존 상권의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너무 높은 것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세입자 관점에서 상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요즘처럼 상가 공급이 많고, 세입자들에게 많은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선 세입자는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게 과거보다 쉬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가 건물주는 우량 세입자를 못 잡으면 상가 수익률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건물 가치도 떨어집니다. 앞으론 건물주가 임대료 낮추는 것도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장기 공실이 있거나 권리금이 있다가 없어진 곳은 건물 가치도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지닌 장기 임차인을 많이 발굴하는 것이 건물 가치를 올리고, 수익률을 올리는 상가 투자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세입자이지만 상가 시장에선 건물주보다 ‘갑(甲)’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눈여겨보는 상권은 어딘가? “요즘 주목하는 상권은 공릉역 상권입니다. 이곳은 상가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봅니다. 또 마포구 망원역 2번 출구 망원시장 방향과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8·9번 출구 방향도 좋고, 연남동 상권도 여전히 유망합니다. 아이템과 영업에 자신이 있다면 노원역 상권과 구로디지털단지역 상권을 추천합니다.”
-이 상권들을 꼽은 이유는? “공릉역 상권은 경춘선 숲길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연남동처럼 ‘공트럴파크’가 생겨나고 있어요. 공원 방향에 점포 시세가 낮고 권리금이 크지 않아 공원길 따라 상권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망원동의 경우 오피스 상권은 아니지만 비교적 낮은 점포 시세에 저녁 장사가 잘되고, DMC는 미디어시티 직장인이 퇴근하기 전 한잔 할 수 있는 곳이 됐습니다. 노원역은 상주 인구가 많은 원스톱 생활권이고, 구로디지털단지역은 3040 직장인이 많은 주 5일 상권인데, 저평가된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투자 리스크가 커진 상권을 꼽는다면? “기존 상권의 상가 권리금이 낮아졌습니다. 종로나 압구정로데오, 명동, 가로수길 등은 임대료가 높고 상권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름이 꽤나 알려진 셰프들도 이런 상권은 요즘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곳에선 무(無)권리금 점포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존 상권에서 상가를 매입할 때는 매물 가격과 권리금의 최근 변화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 명성만 믿고 상가를 매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신도시 중엔 마곡과 위례상권이 반짝하는 것 같지만 아직 자리를 못잡아 2~3년 정도는 봐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상가를 매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조언한다면? “일단 ‘입지’와 ‘가격’을 충분히 고려해 상가를 매입하기로 대략 결정했다면, 후반전에는 작은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건물을 매입하기 전 반드시 건축물 대장 등 각종 공공 서류를 발급 받아 건물과 땅의 용도, 하자 여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둘째는 정화조 용량입니다. 보통 상가 건물을 매입하면 건물의 절반, 아니면 건물 전체 세입자가 식당이나 카페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정화조 용량이 부족하면 추가 설비 투자비가 들어가게 됩니다. 끝으로 건물이 소방·환경 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은 소방과 환경 이슈가 워낙 중요해 지자체 등의 관리 감독이 까다롭습니다. 결국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상가 투자의 수익성은 후반전 ‘디테일’에서 결정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