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대화 늘면서 자연스레 노부모 생계 논의
서울에서 4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78)씨는 최근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지방에서 회사에 다니는 딸 부부가 손녀를 데리고 집에 찾아왔을 때 가족회의를 했다. 김씨는 "소득이 없어서 딸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을 해왔는데 딸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집은 딸에게 물려주고 싶어서 망설였는데,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170만원 안팎을 받을 수 있다고 해 가족과 함께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은 주택금융공사에 연중 최대 대목 중 하나다. 김씨 사례처럼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이 만나 대화하는 일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시세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 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일종의 역(逆)모기지론이다.
'5월 특수'는 주택금융공사 콜센터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 수에서도 드러난다. 연초 신규 주택연금 가입자에 대한 월 연금 수령액 기준이 바뀌면서 관련 문의가 오는 1~2월을 빼면 콜센터가 가장 바쁜 시기가 5월이다. 실제 작년에는 보통 월 6000~7000건 안팎 문의 전화가 왔지만 5월에는 1만 건 넘게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윤지혜 주택금융공사 팀장은 "주택연금은 가족 권유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상담을 해보면 자녀에게 집을 물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고민하던 어르신들이 가족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 5월에 마음을 굳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은 최근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지역 축제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상담을 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5월 초부터 전국에서 '은퇴 금융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택연금을 포함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은퇴 준비를 하는 법이나 은퇴 이후 생활에 필요한 정보 등을 알려주는 강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