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다주택자 사라지면 임대주택 누가 다 책임지나 "

뉴스 이송원 기자
입력 2018.05.14 01:22

손재영 교수 '부동산 상식' 출간
순기능 있는데 벌 주듯 세금 중과… 거래세 합치면 부동산세 부담 높아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장이 지난 4일 건국대 교수실에서 저서 ‘부동산 상식의 허와 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시장에는 집을 구입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있고, 돈이 있지만 집을 사기 싫은 사람도 많습니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다주택자가 없어지면 정부가 그 많은 임대주택을 다 공급해 줄 수 있나요?"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장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많은 오해와 편견 아래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원장은 "국민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인 만큼, 부동산 관련 규제와 세금 정책은 신중하게 운용돼야 한다"며 "그런데도 현 정부는 유독 부동산에, 특히 강남 지역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손 원장은 부동산 전문 서적 '부동산 상식의 허와 실'을 이달 초 출간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출신 교수·투자자·언론인 등 전문가 32명과 공동으로 집필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는가' 등의 부동산 통설을 전문 연구 결과와 외국 사례 등을 들어 검증한 내용이다.

손 원장은 "부동산에 대한 일반 대중과 정부 인식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책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의 위험성 등 '지나친 부동산 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손 원장이 집필을 결심한 시기는 정부가 과열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8·2 대책 등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때였다. 그는 정부 부동산 대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로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꼽았다. 손 원장은 "정부 정책만 보면 다주택자는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있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며 "민간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긍정적인 기능은 빼 버리고 마치 벌을 주듯 세금을 중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움직임도 선입견에서 비롯됐다고 손 원장은 주장했다. 정부는 다음 달 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출하는 보유세 개편 권고안을 검토해 내년과 중장기 세제 개편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손 원장은 "우리나라 보유세 비중이 낮아 손을 봐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거래세까지 합치면 이미 전체적인 부동산 조세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2016년 세수(稅收)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0.8%로, OECD 국가 30개국 중 16위다. 거래세는 1.91%로 가장 높다. 보유세, 거래세를 합친 부동산 조세 부담(3.04%)으로는 7위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손 원장은 "정부가 부동산에 한(恨)이 맺힌 게 아니라면 보유세도 미국·영국처럼 1등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손 원장은 또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와 달리 "우리 주택 시장에 거품은 없다"고 했다. 지난 2~3년간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앞서 2007~2014년 장기간에 걸쳐 주택 가격이 정체됐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물가, 소득 증가율과 주택 질의 향상을 고려하면 버블을 논할 만큼 비합리적인 급등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손 원장은 "정부가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만 바라보고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 하기보다 가난한 서민들의 주거 복지를 개선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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