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멀쩡한 집, 인테리어를 망치는 최악의 적들

뉴스 오유신 기자
입력 2018.05.07 07:20 수정 2018.05.07 08:27

집짓기는 평생의 꿈이다. 하지만 ‘집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땅집고는 예비 건축주들의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개설한 ‘제1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의 주요 강의 내용을 엮은 건축 지침서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감씨)를 최근 출간했다. 건축계 드림팀으로 불리는 5인의 멘토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건축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 우리 가족을 위한 집꾸밈 어떻게 할까?

“우리 가족이 거실에서 함께 있다면 뭘할까.”
“북카페를 만들어 책장이랑, 큰 테이블을 놓고 같이 책을 보면 어떨까.”

보통 집이 다 지어지면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집을 가족들과 함께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의 스타일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거실 공간을 만들거나 꾸미기 전에 내 가족부터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실내건축을 영어로 ‘인테리어’(interior)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집꾸밈’이란 단어를 쓴다”면서 “단지 내부를 장식한다는 것이 아니라 집의 공간을 우리 가족에 맞춰 꾸며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이톤의 방이 공포의 한국식 인테리어로 변해가는 과정. /감씨 제공


그렇다면 좋은 집꾸밈은 어떻게 할까. 조 교수는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공포의 한국식 인테리어’를 소개했다. 이 사진을 보면 외국의 세련된 화이트톤 방이 한국식 인테리어로 무섭게 바뀌는 모습을 담고 있다.

먼저 천장에 원형 형광등을 달고, 다음으로 포인트 벽지를 바르고 천장 테두리를 친다. 마지막으로 노란색 장판과 꽃무늬 시트를 놓으면 공포의 한국식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조 교수는 형광등과 우물 천장, 땡땡이무늬 커튼, 포인트 벽지, 체리 몰딩, 버리지 못한 피아노, 선물로 받은 화분, 냉장고 자석 같은 소품들은 좋은 집꾸밈을 망치는 적(敵)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판교 운중동에 지은 단독주택 '이지하우스' 거실. /ⓒTRU


‘카페 같은 집’이나 ‘호텔 같은 집’도 주의해야 한다. 카페와 호텔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지 절대 집이 될 수 없다. 조 교수는 “‘모던하다’‘심플하다’‘고급스럽다’ 같은 좋은 공간을 표현하는 말이 많지만, 이런 표현들은 구체적인 이유없이 반복해 사용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개성있는 공간을 꾸미려면 스타일보다 먼저 가족의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194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어진 임스 부부의 집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8'. /Eamesoffice


그는 좋은 인테리어 사례로 임스 부부의 집을 꼽았다. 둘 다 유명한 디자이너였던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부부는 194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8(Case Study House no 8)’이란 이색적인 집을 지었다.

거실에는 큰 책장과 낮은 소파, 카페트 몇 개와 조명이 전부였다. 집 외관도 대단할게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중이어서 이런저런 부품을 모아 빠르고 가볍게 지은 것이었다. 캘리포니아는 날씨가 워낙 따뜻해 단열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8 거실. /Eamesoffice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이 부부의 집은 유심히 살펴볼 게 있다. 조명 하나도 범상치 않다. 의자, 벽에 칠한 색깔, 뭔가 전체적으로 잘 구성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조명도 직접 만들고, 책장의 책도 이리저리 바꾼 흔적이 보인다. 부부는 그림도 직접 그려 거실 곳곳에 걸었다. 여행지에서 모은 소품으로 집안을 장식했다.

조 교수는 “이 부부는 거실을 둘만의, 뭔가를 함께 만드는 놀이터로 쓰면서 평생 살았다”면서 “부부의 애정과 정성, 이 집에서 보낸 시간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공간”이라고 했다.

경기 판교 운중동에 지은 이지하우스 외관. /ⓒTRU


집 꾸미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주변의 좋은 공간을 많이 둘러봐야 한다. 잘 꾸민 공간,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많이 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잡지에 실린 예쁜 집 사진을 뜯어서 건축가에게 보여주지만,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 이전에 직접 공간을 가서 보고 그 공간이 어떻게 쓰였는지 느껴야 한다.

둘째, 모든 일을 한 번에 하려고 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북유럽풍 의자 세트, 테이블, 조명을 한 번에 사서 세팅하는 것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꾸며가는 게 좋다. 조 교수는 “비교하고 선택하고 때로는 실수도 해보고 교체도 하면서 차곡차곡 꾸며가는 것이 정말 좋은 기운을 가진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무지 허트. /감씨 제공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조명과 창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선 조명은 자연광을 흉내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부분은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인데 대부분 아파트는 획일적인 조명이다. 언제나 환하고 밝은 천장 한가운데 조명이 아니라 때로는 밤 12시의 달빛 같은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높이가 낮고, 부분들을 비출 수 있으면서 조도가 낮은 조명을 추천했다.

창문은 바깥 풍경을 안에서 바라보는 기본 기능 외에도 방범과 방충 기능도 따져야 한다. 동시에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를 빠뜨려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가리면서 내 시야는 확보되는 창문을 계획해야 한다.

조 교수는 “조명과 창문의 기능과 구성은 의외로 복잡해 어떻게 쓰느에 따라 멋진 집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좋은 느낌이 저하되기도 한다”면서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정해두고 그에 맞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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