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문한 경북 영주시 영주동 후생시장은 마치 1940~50년대를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세트장 같았다. 일본식 2층 적산가옥(敵産家屋)과 단층 한옥 등 지은 지 40~50년이 넘은 건물들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영주시는 지난해 후생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해 4812㎡ 부지 내 목조 건축물 49동(棟)을 보수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건물의 원형을 살리면서 낡은 건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불편을 없애는 취지였다. 이모(54)씨는 "관광객을 비롯해 확실히 이전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후생시장 주변은 1942년 중앙선 개통과 함께 영주역이 들어서면서 역세권 도심으로 발전했다. 영동선, 경북선까지 연결되면서 철도 물류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1973년 영주역, 1980년 영주시청이 이전하면서 도심 기능을 상실했고, 상권도 쇠퇴했다. 구도심에 다시 활기가 돈 것은 2014년 정부가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재생사업은 후생시장과 중앙시장(옛 영주역), 구성마을 등 세 갈래로 진행됐다. 중앙시장은 청년 공예가를 유치해 창작·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구성마을은 마을기업을 통한 재생이 진행 중이다. 1961년 영주 대홍수 이후 피해 주민이 모여 살던 이곳은 30~40년 이상 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젊은 주민들이 떠나면서 마을 주민 74%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영주시는 빈집을 헐어 소방도로와 '할매묵공장'을 만들었다. 할머니들이 만든 메밀묵과 두부는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에 택배로 팔렸고, 연간 매출이 9000만원을 넘었다. 수익은 마을 집수리 등에 사용된다. 묵공장 권분자(68) 이사장은 "다들 생애 첫 직장이라 즐거워한다"며 "주민 잔치도 열고, 마을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