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 있는 59.5㎡(18평) 단독주택. 등기가 되지 않은 무허가 건물로, 건물주와 땅주인이 따로따로다. 집이 지어진 후 상당기간 지났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사이 토지와 별개로 건물 소유권만 타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 주택은 최근 경매에 나와 18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의 615%인 3410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이 집을 낙찰받은 이는 바로 이 집의 땅주인이었다. 무허가 건물이, 그것도 높은 경쟁률로 땅주인에게 낙찰된 까닭은 뭘까.
일반적으로 토지와 별도로 건물만 경매에 나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이 토지에 대해 법정지상권(地上權·타인의 토지에 건물 등을 세우고 이용할 권리)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면 일정한 토지 사용료를 내고 안심하고 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땅주인으로부터 토지 인도요구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건물이 철거당할 위험이 높다.
땅주인이 자기 땅에 지어진 무허가 건물을 낙찰받은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집의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건물주는 땅주인에게 일정한 토지 사용료를 내고 살다가 오랫동안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땅주인은 이를 근거로 채무확인소송을 통해 주택 강제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땅주인이 해당 토지의 건물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으면 유리한 점이 있다. 바로 토지 인도(철거) 등 번거로운 절차없이 건물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것.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 상황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주도에는 저렴하고 낡은 단독주택 임차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 소규모 단독주택이나 창고를 특색있는 카페나 음식점으로 개조해 영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땅주인은 이런 점을 감안해 감정가보다 6배 이상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집을 낙찰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같은 날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의 64.96㎡(19.7평) 단독주택 역시 6명의 입찰자가 참여해 감정가의 272%인 2150만원에 낙찰됐다. 이 집 역시 건물만 경매에 나와 땅주인이 낙찰받았다.
그렇다면 2건의 무허가 주택 경매에 땅주인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도 이례적으로 대거 입찰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이번 경매에 나온 주택들은 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컸다”면서 “큰돈 들이지 않고 월세 내는 셈치고 지료를 지급하면서 제주도에서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