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대 상권이 연대 상권을 절대 못넘는 이유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04.12 07:00

[고준석의 슈퍼 상권] ③ “연세대 상권과 고려대 상권의 결정적 차이는…”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조선DB


M(55)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산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식당과 건설현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종자돈을 모아 식당을 개업했다. 그의 식당은 김치찌개 맛집으로 소문나며 큰 돈을 벌게 됐다.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던 어느날, M씨의 아내가 갑자기 사망했다. 삶에 의욕이 없어진 그는 식당까지 정리하고 공허하게 세월을 보냈다. 아내를 잃은 슬픔과 함께 외동딸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여동생 충고로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게 됐다.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자산관리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보유 자산을 딸에게 물려주려면 실물자산인 상가 건물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씨는 전문가 조언을 듣고 서울 홍익대 앞에 있는 꼬마빌딩에 투자했다. 총 투자금액은 대출금 11억원을 포함한 30억원 정도. 통째로 커피 전문점에 임대(보증금 3억원, 월세 1300만원)를 놓았다. 대출금 이자와 추가로 지출한 세입자 5명 명도비용(1억5000만원)을 감안하고도 임대수익률이 연 6.1%에 달했다. 그는 꼬마빌딩 투자 성공을 계기로 절망에 빠져 있던 시절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서울 홍대입구 인근 걷고싶은 거리에 형성된 상권. /네이버 거리뷰


■출입구는 한곳, 편의시설 부족해야 좋아

대학가 상권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으며 창조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모든 대학가 상권이 투자 가치가 있는 ‘슈퍼 대학가 상권’이 되지는 않는다. 외부 환경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소비 인구 유입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M씨가 여러 대학가 상권 중 홍대 앞을 콕 집은 이유는 뭘까.

“학생들이 출입하는 정문이 한 곳이어서 동선이 집중돼 있고, 학생 수에 비해 기숙사 시설이 부족한 대학이 좋습니다. 또 대학가만 갖고 있는 청년 문화가 상권에 결합돼 있어야 합니다. 즉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권이 ‘슈퍼 대학가 상권’입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출간한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에서 슈퍼 대학가 상권을 이렇게 정의했다.

고준석 센터장이 말하는 '슈퍼 대학가 상권'의 조건. /땅집고


M씨가 투자한 홍대 앞 상권을 보면 무엇보다 2030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화가 상권에 자리잡고 있다. 인디 밴드를 비롯해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문화를 생산하는 상권은 끊임없이 소비 인구를 불러들인다. 그곳에 가야만 그곳의 문화를 즐기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즐기려는 소비인구는 2030세대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다양하다.

반면 대학가 상권이지만 썰렁한 곳도 있다. 대학교 출입문이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으면 대학가 상권이 형성되기 어렵다. 여기에 대학교 내에 기숙사와 함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도 그 상권은 잘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대학교가 지하철역과 떨어져 있으면 스쿨버스나 마을버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상권 형성에 어려움이 따른다.

■“유동 인구만 많으면 허울 좋은 상권”

대학가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소비인구로 바뀌지 않으면 허울 좋은 상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고 센터장이 분석한 서울 주요 대학 상권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먼저 연세대 상권은 학교 정문에서 지하철역까지 출입구가 갈라져 있지 않다. 연세대 진입로는 차없는 거리로 지정돼 있다. 여기에 유명한 맛집과 선술집,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서 있다. 유동인구를 상권으로 유혹해 이들을 상권 안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 바로 이들이 소비 인구가 된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정문이 한곳에 있어 상권 형성에 유리하다. /네이버 지도


이화여대 상권도 비슷하다. 학교 앞 정문 중심으로 남쪽과 서쪽으로 2개의 상권이 형성돼 있다. 유동인구를 붙잡아 충분히 소비인구로 만들만한 상권이다. 최근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어 소비 상권으로 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연세대와 이화여대 상권이 지속되려면 식·음료 상권만으로는 부족하다. 2030세대가 찾아올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가 더 필요하다.

서울 고려대 인근. 출입구(빨간 원)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네이버 지도


반면 고려대 상권은 대학으로 진입할 수 있는 출입구가 많아 유동인구가 분산된다. 또 상권 범위가 너무 넓어 이들을 유혹해 소비인구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안암오거리는 밤이 되면 대로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학생 소비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

서울 성신여대 주변. 출입구가 한 곳이고, 지하철역에서 정문까지 이르는 동선이 집중된다. /네이버 지도


소비인구가 많은 대학가 상권의 또 다른 사례는 성신여대 상권이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1번 출구부터 성신여대 정문 앞까지 화장품을 비롯한 맛집,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단독주택을 밀어내고 있다. 또 두 개의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어 상권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고 센터장은 “부자들이 대학가 상권에 투자하는 이유는 안정된 임대수익과 무럭무럭 성장하는 자본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즉 대학가 상권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자본수익과 임대수익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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