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양주신도시 옥정지구. 택시를 타고 신도시 초입으로 들어서자 넓은 벌판에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신도시 초입에는 ‘e편한세상양주신도시4차’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양주신도시는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추진됐던 곳. 하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중단된 이른바 비운(悲運)의 신도시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수도권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양주신도시에도 조금씩 생기가 돈다. 이미 분양한 아파트는 시세가 꽤 올랐다.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분양을 앞둔 ‘e편한세상 양주신도시4차’ 홍보관을 둘러보던 김모(39)씨는 “서울에서 오래된 빌라에 사는데, 새 아파트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경하러 왔다”며 “서울 근교가 좋은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 좀 멀지만 양주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양주신도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집값이 저렴해 교통망만 확충되면 투가가치가 있다는 긍정론과 “여전히 서울에서 너무 멀다”는 부정론이다. 땅집고는 양주신도시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을 집중 분석했다.
■전철·도로 신설 줄이어…교통 개선 기대감 상승
양주신도시는 경기 양주시 옥정동과 회암동, 고암동 일대 1142만㎡ 부지에 5만8000가구가 들어선다. 인구는 16만여명이 입주할 계획이다. 인구로는 판교신도시의 1.2배, 위례신도시의 1.7배 규모다.
최근 양주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교통망 확충 영향이 크다. 우선 지난해 6월 구리~포천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정체만 없다면 양주신도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강남권까지 약 40분, 구리시까지 약 20분에 이동할 수 있다. 신도시 주변을 관통하는 국도3호선 대체우회도로 역시 뚫렸다. 서울 북부에서 양주신도시까지 이동시간이 40분대로 줄었다. 양주신도시를 포함한 경기도 2기 신도시들과 택지지구를 연결하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는 2022년 개통할 예정이다.
지하철 사업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지하철 7호선 연장선(옥정역)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이후 12월엔 연장이 확정됐다. 도봉산역(1호선·7호선)부터 포천까지 총 29㎞ 구간으로 양주 옥정역(가칭)까지 15.31㎞가 우선 건설된다. 2024년 개통되면 양주에서 서울 강남구청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그동안 양주신도시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울 연결 교통망 확충 계획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기 신도시 중 분양가 가장 낮아
양주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가장 저렴하다. 2016년 12월 양주신도시에서 민간아파트 중 첫번째로 입주한 옥정지구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1862가구)’ 분양가는 1억9880만원이었다. 전용면적 59㎡대를 기준으로 파주 운정신도시(2억7000만원), 김포 한강신도시(2억4000만원)와 비교하면 20~30% 낮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낮은 편이다. 이달 분양을 앞둔 ‘e편한세상 양주신도시4차’ 분양가도 800만원대 중후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7호선 연장선 신설 역사로부터 걸어서 10분쯤 걸린다. 분양 담당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비싼 집값과 전세금에 지친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쌌던데다 교통 개선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최근 집값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양주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1년전보다 18.15% 올랐다. 김포·파주·동탄2신도시 등 2기 신도시 평균 매매가 상승률인 9.47%보다 2배쯤 높다. 지난해 7월 입주한 ‘e편한세상 양주신도시1차’ 전용 84㎡는 올 1월 3억3000만원(25층)에 거래됐는데 분양가(2억6790만원)보다 6210만원 오른 것이다. 센트럴파크푸르지오(2016년 12월 입주) 아파트 전용 58㎡는 작년 12월 2억5500만원(27층)에 팔렸는데 분양가보다 5620만원 상승했다. 양주신도시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 자체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먼 서울…산업단지 성공하면 경쟁력 생길 것”
양주신도시에 지하철이 연장된다고 해도 서울 강북권까지 직선거리 30㎞ 정도로 너무 멀어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할 신도시로 성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기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 오산 세교신도시, 파주 교하신도시 등도 서울 도심까지 30㎞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신도시의 경우 아무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개통돼도 갈아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출퇴근에 편도 1시간 반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수도권 2기 신도시가 자리잡으려면 주변 지역에서 주택 수요가 생겨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양주신도시 인근에도 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양주시 남방·마전동 일대 55만5000㎡에 경기 북부 2차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2635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섬유와 패션, 전기, 전자분야 중심으로 2만30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경기도는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2기 신도시의 성패는 주변 산업단지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 북부 지역의 발전을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