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스타필드 열면 뜬다더니…삼송지구의 한숨

뉴스 이지은 인턴기자
입력 2018.04.05 06:31

3년 전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김모(43)씨. 그는 아파트를 산 뒤부터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난해 8월 삼송지구에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개장하기만 기다려왔다. 초대형 쇼핑몰이 개장하면 인구가 몰리고 집값도 더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김씨는 요즘 한숨이 늘었다. 작년 8월부터 집값이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문을 연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이지은 인턴기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동산·삼송·신원·원흥동 일대에 조성된 삼송지구는 서울 서북부와 가까운 택지지구로 주목받았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과 원흥역을 이용해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권 업무지구로 한번에 갈 수 있는 게 강점이었다. 물론 자체 기반시설과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삼송지구에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문을 열면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실제 1년여 앞서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 효과로 인근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인기가 높아진 사례도 있었다. 삼송지구 아파트 가격은 작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스타필드 고양 개장에 따른 기대감도 한몫 했다. 삼송지구에선 “쇼핑몰 인근 집값이 오른다”는 소위 ‘몰세권’ 신조어까지 유행했다.

작년 8월 스타필드 고양이 개장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은 개장 이후 방문객 모집에 성공했지만 삼송지구 집값은 오히려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땅집고가 삼송지구를 찾아 ‘스타필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취재했다.

■‘스타필드 고양’은 모객에 성공했지만…

평일인데도 스타필드 고양 주변에는 쇼핑객들로 붐볐다. /이지은 인턴기자


지난달 25일 지하철 3호선 삼송역.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줄지어 ‘스타필드 고양’이 있는 3번 출구로 향했다. ‘스타필드 고양’ 입구 쪽에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500m 정도 줄을 서 있었다. 주차안내원은 “주말에는 주차하는데 30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스타필드 고양’은 지하2층~지상4층까지 560여개 쇼핑 브랜드와 100여개의 식음료 매장이 들어선 수도권 서북부 최대 규모 쇼핑몰이다. 개장 7개월이 지난 현재 서울 서북부와 경기 고양·파주·의정부 등지에서도 쇼핑객이 몰려들 만큼 인기가 높다. 쇼핑객 유치에는 크게 성공한 셈이다.

삼송지구 아파트 분양가와 실거래가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삼송지구 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그러나 집값은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삼송동 ‘스타필드 고양’과 가장 가까운 단지인 동산동 ‘삼송호반베르디움22단지’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2012년 3억원 후반이었던 가격이 작년 4월에는 5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스타필드 고양’ 개장 후 올 3월에는 5억1400원에 팔렸다. ‘삼송2차아이파크’ 84㎡는 작년 6억~6억5000만원 정도에 거래됐는데, 올해에는 최고 실거래가가 6억원에 불과하다.

■옆 동네에 밀리고 정부 정책에 치이고

삼송지구 인근으로 원흥지구와 지축지구도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땅집고


삼송지구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우선 지하철역 한 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원흥지구, 지축지구도 동시에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3개 지구는 사실상 붙어 있어 이른바 ‘수요를 나눠먹는’ 상황이 되고 있다.

삼송지구 집값 약세는 서울과 더 가까운 지축지구 개발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축지구는 첫 입주가 2019년 11월로 삼송지구 최초 입주 시기보다 8년이나 늦다. 비슷한 조건이면 새 아파트 몸값이 높다는 점에서 삼송지구 아파트가 매력이 떨어진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한 것이다. 지축지구는 은평뉴타운과 바로 붙어있어 삼송지구보다 집값 상승폭이 더 클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지하철 3호선 지축역 인근에 조성 중인 지축지구. 삼송지구와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져 있다. /이지은 인턴기자


현재 지축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삼송지구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84㎡ 기준으로 지축지구 분양가는 5억~5억2000만원선, 삼송지구 매매가는 5억~5억3000만원 정도다. 지축지구가 삼송지구에 비해 아파트에서 지하철역까지 거리도 전반적으로 가까운 편이다. 원흥지구에서도 최근 원흥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2017년 9월·967가구)와 고양원흥동일스위트(2018년 1월·1257가구)가 입주해 삼송지구 수요를 일부 가져갔다.

스타필드 고양 개점일인 작년 8월 24일 직전에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것도 삼송지구 집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삼송지구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삼송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동네인데,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젊은층 자금줄이 막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교통 호재 많아 ‘저가 메리트’ 부각될 수도

올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도 삼송지구로서는 부담스럽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에는 전년(12만8387가구)보다 25.7% 많은 16만1992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고양시 입주 물량도 6033가구에 달한다. 이 중 삼송지구가 1747가구다.

삼송지구 연결이 추진되고 있는 GTX-A 노선과 신분당선 연장 노선도. /땅집고


하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와 주민들은 삼송지구가 서울 접근성이 워낙 좋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과 신분당선 연장 호재가 있어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2023년 개통할 GTX-A 노선 연신내역은 지하철 3호선 삼송역과 두 정거장 거리에 불과하다. 완공되면 강남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삼송역은 신분당선 연장 노선도 지난다. 고양시는 ‘신분당선 고양연장을 위한 노선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는 이달 27일쯤 나올 예정이다. 이 때문에 삼송지구가 가격 조정을 거치고 나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집값이 정체된 상황에서 삼송지구 집값이 뛰기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삼송은 GTX-A 노선 완공을 기점으로 한번 정도 투자 모멘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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