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은퇴자들이 절대 투자하면 안될 부동산 5가지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4.01 06:31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은 은퇴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의 왕성한 소비자로 남겠지만, 투자의 패턴은 달라져야 합니다. 요즘 인기있는 농작물을 활용한 수익형 전원주택이나 그린벨트 투자는 너무 위험합니다. 고령화 시대라고 ‘실버주택’에 투자하는 것도 난센스지요.”

20여년간 부동산 전문기자로 일하며 한국 부동산 시장과 정책 흐름을 지켜본 김순환씨는 최근 출간한 ‘인구와 부동산의 미래’를 통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앞으로 10년동안 인구 고령화와 정체로 인한 부동산 수요 급감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투자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투자할 부동산은 가급적 단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투자해선 안되는 부동산 5가지를 꼽았다.

실버타운 내부. /조선DB


■“실버주택 전성시대는 오지 않는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주목받는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실버주택이다. 실버주택은 병원이나 복지시설 안에 있고 낮은 문턱과 손잡이 등 노년층을 위한 특화 설계가 적용된 집이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실버주택 확산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김씨는 “고급 실버주택들이 경기도 분당과 용인 일대에 많이 분양됐지만 어떤 단지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실버주택은 투자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실버주택은 투자 가치보다 거주 편의성과 만족도에 집중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선 투자 가치가 거주 편의성과 만족도보다 우선시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베이비부머들은 부동산 시장 황금기에 부(富)를 축적한 세대여서 투자 가치에 민감하다. 이들에게는 집값이 오르고, 월세가 나오는 것이 최상의 노인복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세대가 실버주택에 투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국내 대학 수는 1990년대까지 급증한 이후 2000년에 접어들면서 정체되고 있다. /교육부


■“대학가 주변 부동산에서 빠져나와라”

‘대학가 부동산’도 피해야 한다. 김씨는 “대학가 부동산은 월세 임대수요가 풍부해 은퇴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죠. 하지만 서울을 제외하면 빨리 대학가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과거 서울 소재 대학들은 지방에 캠퍼스를 짓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지방 소재 대학들의 ‘지방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충남 홍성군의 청운대는 인천 남구 도화동 전 인천대 부지에 제2캠퍼스를 설립했다. 강원 고성의 경동대는 경기 양주에 캠퍼스를 지어 개교했다.

지방 대학들이 수도권 진출에 목숨거는 이유는 대학 취학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오는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수요자가 없는 부동산 시장은 살아남을 수 없다. 김씨는 “대학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 심화하고 결국 서울 소재 대학도 학생이 줄어드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대학생 감소는 대학 상권과 부동산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일대에 조성된 빌라촌. 최근 4~5년 빌라 공급이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조선DB


■“빌라는 무조건 팔거나 개축해야”

고령화 시대에는 ‘똑똑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때문에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연립주택보다 차라리 소형 아파트를 보유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수도권에 빌라가 과잉 공급된 것도 우려할만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2017년 6월까지 2년반 동안 경기도에 새로 지은 빌라가 18만6600가구에 달한다. 앞서 2010~2014년 5년간 지은 빌라가 25만 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량이 급증한 것이다.

“주택 중에 빌라처럼 애매한 상품도 없다. 빌라는 단독주택도, 다가구주택도 아니고 이름도 애매한 다세대 주택이다. 한때 빌라는 집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용 주택이나 전셋집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향후 5년 동안 슬럼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구리시 일대 그린벨트. 그린벨트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커 은퇴자 투자 상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조선DB


■“그린벨트 투자 유혹을 이겨라”

은퇴한 고령층이 쉽게 유혹에 빠지는 부동산 상품이 ‘그린벨트’다. 배경은 이렇다. 역대 정부는 수시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량을 조절했다. 수도권에 집을 추가로 공급할 부지는 그린벨트 말고는 없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둘러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개발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은 은퇴자들에게 ‘그린벨트 브로커’가 따라붙는다. 그들은 “정부 정책으로 곧 그린벨트가 풀릴 예정이다. 지금 이 땅을 사면 4~5배 오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린벨트 투자는 투기성이 강해 은퇴자나 고령층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린벨트로 유혹하는 부동산 업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정부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기 위해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시기에 브로커가 기승을 부린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때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일종의 ‘깜깜이 투자’는 투기성이 너무 강하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한 그린벨트 매입은 절대 피해야 한다.”

■수익형 전원주택은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부머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작은 꿈이 있다. “은퇴하면 교외에 텃밭 딸린 별장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것이다. 전원주택 부지에 농작물을 심어 수익까지 낼 수 있다는 ‘수익형 전원주택’ 투자 정보도 넘쳐난다.

예를 들면 ‘전원주택 부지 00㎡와 호두농원 토지 00㎡ 마련’ ‘00버섯 특화재배단지 분양받아 임대·위탁하면 월 500만원 고수익 보장’ 같은 광고다. 이런 광고에 은퇴자들이라면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수익형 전원주택 광고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은 농산물 값이 가장 비싸고, 수확량이 최대일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땅값도 전원주택 부지 주변 개발이 진행될 때나 오를 수 있다. 수익형 전원주택을 살 때는 반드시 현장을 답사하고, 분양회사가 제시하는 농산물과 개발 계획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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