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에도 있다면 좋을 기발한 기차역 2곳

뉴스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입력 2018.03.29 07:10

건축은 인류 역사와 함께 수천년을 공존해 왔다. 건축이 없는 인간 삶은 상상 불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른다. 땅집고는 쉽게 건축에 다가설 수 있도록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와 함께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국내외 건축물을 찾아간다.

[양진석의 교양 건축] ⑦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기차역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기차역이 있다. ‘기차역이 거기서 거기지 얼마나 아름답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 리스본의 오리엔테역을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통상 유럽 도시의 중앙역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중요한 랜드마크가 되곤 하는데, 오리엔테역이 가장 대표적이다. 오리엔테역은 다른 유럽 기차역과 달리 야자수라는 아주 구체적인 형상을 하고 있는 현대 건축물이다.

야간 조명이 들어온 오리엔테역. /Archivitaliste


철골 야자수 구조체와 유리 지붕으로 만든 이 곳은 기차역이라기보다 대형 설치 조형물 같다. 사람들이 붐비는 기차역임에도 오래된 성당의 실내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차를 타러 오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러 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진정한 도시의 공공장소인 셈이다.

휴양도시 리스본의 이미지를 야자수라는 아주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표현했다. /Archivitaliste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오리엔테역은 초고속열차역 기능 뿐 아니라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쇼핑몰 등 복합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오리엔테역은 리스본이라는 도시 자체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오리엔테역 광장. /Archivitaliste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이 건축의 매력 포인트는 알기 쉽다는 것. 구조의 미(美)를 최대한 끌어낸 이 건물은 누가 보더라도 그 스케일과 디테일에 감동받는다. 쉬운 상징에 놀라운 구조 기술을 결합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일본 JR교토역. 옛 교토의 격자형 도시계획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Matome


일본 JR교토역도 오리엔테역과 마찬가지로 기차역 뿐만아니라 상업시설, 컨벤션호텔, 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 복합 건축물이다. 지상 10층에 연면적 23만5000㎡ 규모로 대지 길이만 470m에 달한다. 웬만한 국제규격 축구경기장보다 더 길다.

교토역의 상징인 계단. 지상 10층 높이까지 직선으로 설치돼 있고, 층마다 백화점 내부로 이어진다. /Matcha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지상 계단이다. 지상 10층 높이까지 직선으로 설치된 계단은 하나의 랜드마크로 기능한다. 이곳에서는 주말이면 공연이 펼쳐지곤 하는데, 교토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하면서 이 계단을 조망할 수 있다. 계단 옆으로는 층마다 백화점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다. 축소 지향의 일본인들은 항상 작은 스케일에 익숙해 도시 역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 오히려 그런 탓에 간혹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을 만나면 더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교토역은 상업시설, 컨벤션호텔, 문화시설 등이 복합돼 있다. /Matcha


오리엔테역과 교토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건축가의 개성을 담아 표현했다는 것이다. 오리엔테역의 경우 ‘휴양과 힐링’으로 대표되는 리스본의 이미지를 야자수 구조로 표현하면서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승화시켰다. 교토역은 모임 공간 역할을 하는 언덕형 계단을 만들어 ‘만남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입혔다. 건축의 아름다움은 도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을 때 배가 된다.

기차역은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요소를 갖고 있다. 많은 이가 오고가면서 다양한 시설이 함께 존재하는 복합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차역은 어떤가. KTX(고속철도)역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기차역이 있는지 질문해 본다.

기차역은 단순히 기능을 충족시키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도시가 지닌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관광 한국을 외치기에 앞서 우리 주변을 먼저 둘러볼 필요가 있다.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양진석 대표는 일본 교토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파이포럼 주임교수,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객원교수, 와이그룹 대표건축가로 있다. 러브하우스 플랫폼을 개발해 대중을 위한 새로운 건축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강원도 양양 ‘설해원’ 리조트를 설계하고 준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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