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거제시에 사는 이모(81)씨. 평생 농사 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농삿일이 힘에 부쳐 걱정이 많았다. 벌어놓은 것도, 가진 재산도 없었기 때문이다. 2000㎡ 남짓한 농지(기준시가 4억6000만원) 외에는 부동산이 없고 연금 소득도 없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올 1월 농지연금에 가입하면서 한시름을 놨다. 그가 수령하는 연금은 매월 220만원(10년 후부터 155만원)에 달한다.
나이는 많고 수입은 줄어 고민인 농민들에게 농지 연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농지연금은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매월 일정액을 연금처럼 받는 상품이다. 죽을 때까지 농지를 소유하면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정부가 농민 배려 차원에서 내놓은 상품인 만큼 주택연금보다 월 지급액이나 상환 조건이 더 매력적이다. 최근엔 은퇴 이후 시골에 내려가 농사짓다가 농지연금과 주택연금을 활용해 노후를 준비하려는 귀농(歸農) 은퇴자들도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연금은 2011년 첫 도입했다. 만65세 이상으로 영농 경력 5년 이상이어야 하며, 실제 영농에 이용하는 공부상 논·밭·과수원이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땅집고는 농지연금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매월 받는 연금액수 얼마나 되나?
농지연금 월 지급액은 농지 가격, 가입 연령, 지급 방식 등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가입 기간에 따라 종신형과 기간형이 있다. 예를 들어 74세 농민이 종신형 농지연금에 가입하면 농지가격(공시지가) 1억원 기준으로 월 45만원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급금 한도는 매월 300만원이다.
기간형은 5년형, 10년형, 15년형을 선택할 수 있다. 5년형의 경우 농지가격 1억원 기준으로 월 155만원, 15년형은 1억원 기준으로 월 59만원을 받는다.
이렇게 매월 지급받는 월 지급액에는 2018년 현재 연 2%의 금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가입자 필요에 따라 다른 조건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전후후박(前厚後薄)형은 가입초기 10년 동안 더 많은 월 지급액을 받을 수 있다. 일시인출형은 대출한도액의 30%까지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경영이양형의 경우 연금 지급기간이 끝난 뒤 담보농지를 공사에 매도할 것을 약정하고 일반형보다 최고 27% 더 많은 월 지급액을 받는다.
농지연급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남은 연금을 승계받을 수 있다.
Q.상환은 어떻게 하나?
농지연금 상환은 주택연금과 유사하다. 가입자가 죽을 때까지 대출금(지급받은 연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 가입자가 죽으면 농지를 경매로 처분한 돈으로 상환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 1억원인 농지를 종신형으로 가입해 18년6개월이 지나면 월 지급액의 원금 합계가 담보액(농지가격)인 1억원을 넘는다. 이 경우에도 가입자가 더 받은 금액을 상환할 의무가 없다. 가입자는 채무가 아무리 늘어나도 농지를 경매로 처분해서 나오는 가격 만큼만 상환하면 된다. 부족한 금액은 정부가 농지은행에 보전해 준다.
반대로 가입 후 농지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손해는 없다. 상환 시점에 농지 처분 가액이 채무(원금+이자)보다 많다면 처분 가액에서 채무를 빼고 나머지는 유족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기간형도 지급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즉시 상환할 필요가 없다. 종신형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죽은 이후에 농지를 경매로 처분해 상환하게 된다.
Q.중도 상환과 계약 해지는 가능한가?
농지 연금에 가입하면 농지 소유권을 영영 잃게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가입자가 원하면 그동안 받았던 연금(원금+이자)을 변제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실제로 농지연금 가입 후 농지를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자녀 반대로 가입을 해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7년간 가입한 8600여 건 중 2700여 건이 자녀 반대 등의 이유로 중도 해지됐다.
Q.농지연금과 주택연금, 어느 것이 유리한가?
농지연금은 농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주택연금보다 혜택이 더 많다. 월 지급액과 대출 이자율뿐 아니라 가입비·보증료면에서 농지연금이 더 유리하다.
농지연금은 아직 도입 초기이지만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농지연금의 작년 신규 가입이 1848건으로 전년대비 17.2% 증가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민 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소득은 줄어 농지연금 신청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농민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지원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농지연금 포탈(www.fplove.or.kr)에서 확인할 수 있고, 농어촌공사 본부나 지사를 방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