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0억원 넘는 단지는 중도금 대출 못받아도 청약 신청
"분양가 낮아 당첨땐 수억 차익" 수도권 현금 부자들 몰려들어
"과천으로 이사 가서 전입신고하고 1년간 살다가 아파트에 청약하자."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억대 시세 차익(差益)이 예상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 분양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독 준(準)강남권인 과천에서만 1순위 해당 지역 거주자 청약이 잇따라 미달된 데 대한 반응이다. 이런 미달분(分)에는 '과천 외 수도권 거주자' 청약을 통해 현금 동원력을 가진 투자자들이 수도권에서 폭발적으로 몰려들고 있다. '광역 로또'가 된 셈이다. 과천에선 연말까지 이런 분양이 앞으로 8번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역에서 참여 가능한 억대 로또 5000여 장이 뿌려지는 것으로,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 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과천 총 가구 수 2만, 1순위 통장은 수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과천에서 두 차례 진행된 아파트 분양에서 분양가를 3.3㎡당 2955만원에 맞췄다. 과천 지역 아파트 매매 시세는 3.3㎡당 3887만원이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대 차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주 진행된 '과천 위버필드'의 1순위 해당 지역 거주자 청약에는 647명이 참가해 미달이 났다. 그런데 다음 날 진행된 타 지역 거주자 청약에는 그 10배인 6051명이 몰렸다.
'과천 시민'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은 탓이다. 과천 내 전체 가구 수는 2만829가구. 업계에선 과천에서 1순위 청약 조건을 만족시키는 청약 통장은 수천개에 불과하다. 과천 주민 대상 1순위 청약 미달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민 1순위 '쏠림'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평형에 청약자가 더 몰리는 기(奇)현상도 빚어졌다. 분양가 8억원대로 중도금 대출이 나오는 전용면적 59㎡에는 2694명이 청약했고,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 없이 현금으로 납입해야 하는 전용 84㎡ 이상에는 3357명이나 몰렸다. 경쟁률도 전용 84㎡ 이상은 23대1, 전용 59㎡는 13대1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넘치는 시중 뭉칫돈이 부동산 투자처만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에서 불거진 '자산가 자녀 특혜' 논란도 되풀이됐다. '과천 위버필드' 특별공급에도 만 19세 당첨자가 나왔다. 국토부는 "위버필드 특별공급 결과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각종 대출 규제가 중산층 발목만 잡는다는 지적이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8번 남은 로또 청약… 서울 영향 전망은 엇갈려
과천에서 '수도권 거주자 청약'에 청약자가 몰리는 상황은 올 한 해 수차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올 연말까지 과천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아직 8개 단지 5890가구가 남았다. 분양가는 위버필드 수준으로 맞춰질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3.3㎡당 3000만원 이하를 유지하고 과천 지식정보타운 같은 공공택지 아파트가 더 싼 가격에 분양된다면, 주변 시세와의 차익을 노린 사람들이 계속 청약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과천에서만 억대 로또 5000여 장이 뿌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과천 아파트 청약 열기의 파급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원은 "과천 청약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어지면 강남권, 더 크게는 서울 전역에서 부동산 열기가 꺼지지 않도록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주택 관련 지표가 모두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아파트 전체 시장은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과천 분양 시장은 장기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똘똘한 부동산'에 집중하는 자산가에 의해 국지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