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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보다 4000만원 싸도… 지방은 미분양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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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20 03:00

창원 미분양 5663가구 전국 최다… 청주·안성·포항 등도 장기 침체
올해 신규 물량 대거 쏟아져 기존 매매·전세도 하락 악순환
"서울·지방 양극화 빨리 손 써야"

"분양가 3억4000만원인데, 3억100만원짜리 매물이 있어요. 당장 입주 가능합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경남 창원 월영동의 A아파트는 최근 시세가 분양가보다 400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까지 내렸다.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해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집도 있다.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을 분양 가격보다 3000만원(전용면적 84㎡ 기준) 할인해 팔기 시작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호가(呼價)를 내리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미분양 아파트는 쌓이는데 올해 창원에 분양할 아파트가 8000가구가 넘으니 곳곳에서 '죽겠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선 10억원짜리 '로또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며 모델하우스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지만, 지방 주택 경기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경남 창원, 충북 청주, 경기 안성, 경북 포항 등 장기 미분양 관리 지역의 경기 침체가 특히 심각하다. 미분양 관리 지역은 '미분양이 많아 집중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며 시행사나 건설사가 주택 공급을 위해 사업부지를 매입할 때 예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수요가 적어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는 상황에서 미분양 관리 지역에 신규 분양 물량이 대거 대기 중이다. 기존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금 시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 주택 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극단으로 치닫는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문제에 정부가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할인 분양'해도 빈집 계속 쌓여

경남 창원의 미분양 아파트는 5663가구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많다.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아파트만 260가구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아파트 8800여가구가 새로 공급될 예정이다. 창원과 함께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도 미분양 관리 지역이다.
 

충북 청주는 2016년 10월 이후 줄곧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남아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2010가구로 충북 전체 미분양 아파트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청주에서는 작년 분양된 아파트 물량의 2배에 달하는 총 1만92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제주의 상황도 좋지 않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동안 제주에서 분양된 주택 10곳은 모두 청약 미달이었다. 1월 기준 제주 미분양 아파트는 1280가구로 1년 전보다 3배로 증가했다.

문제는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경남(2만1630가구), 경북(1만410가구), 충남(2만1609가구), 강원(1만2979가구) 등에서는 올해도 새 아파트 공급이 줄을 잇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대부분이라 분양 일정을 미룰 수 없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전체 물량의 40%만 분양돼도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여파로 매매·전세 동반 하락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기존 집값은 무섭게 내리고 있다. 올 2월 기준으로 창원 성산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1년 전보다 8.6% 내렸다.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같은 기간 창원 전체 아파트 시세는 5.2% 내렸고, 인근 거제 지역 아파트값도 5.5% 하락했다. 1년 넘게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남아 있는 경북 포항(-2.4%), 충북 청주(-2.7%), 충남 천안(-2.6%), 당진(-1.7%) 등도 모두 아파트값이 내렸다. 이 지역들은 아파트 전세 시세도 줄곧 내리막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위축이 내수 등 지역 경제 침체로 확산하지 않도록 지방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는 사이 지방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며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나 부동산 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 등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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