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매 시장은 포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너무 올라서 평범한 물건은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흔히 도매시장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싼 물건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과거 경매로 돈 번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돈 벌기가 쉽지 않다. 경매 투자자들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저금리로 경매 물건 수는 점점 줄어 좋은 물건 찾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경매의 정도(正道)’를 펴낸 김부철 지지옥션 법무팀장은 “고수(高手)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기 위해 특수권리 물건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25년여간 경매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매 최고수 중 한 명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직접 경매회사를 차려 운영했고 현재 지지자산운용 부동산투자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2012년 이후 유치권을 시작으로 특수권리 분석만 10만건 가까이 진행한 특수물건의 대가(大家)이기도 하다.
땅집고가 그를 만나 치열한 경매 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경매 물건 반토막…경쟁 치열해져”
지난 1월 기준으로 법원 경매 낙찰가율은 76.3%를 기록했다. 정점을 찍은 지난해 중순(78.8%)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다. 하지만 경매에 나오는 물건 수는 현저히 줄었다.
김 팀장은 “연간 경매 건수가 2002년부터 2~3년간 30만~40만건, 그 이후에도 연간 20만건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면서 “2016년 12만5000여건, 지난해10만여건으로 2년여만에 절반으로 급감하면서 좋은 물건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고수들이 유치권이나 법정지상권 등 특수권리 물건을 찾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수권리 물건 시장에 뛰어들려면) 권리분석 능력과 좋은 물건을 찾는 안목이 필수”라고 말했다.
특수권리 물건이란 유치권과 법정지상권, 대지권 미등기, 지분매각 등 경매 시 법률 관계가 특수해 쉽게 풀리지 않는 물건이다. 통상 전체 경매 물건의 45%쯤 된다. 리스크가 크고 법률 관계가 복잡해 초보자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입찰경쟁률이 낮아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수익률은 높다.
■“특수물건 잘 고르면 연간 30%대 고수익 가능”
김 팀장은 “특수권리 물건은 일반 물건보다 입찰경쟁률이 30~40% 떨어진다”며 “좋은 물건만 잡으면 수익률은 평균 2~3% 더 오른다”고 했다.
하지만 특수물건은 리스크가 큰 만큼 “물건에 대한 철저한 공부와 권리 분석을 주의깊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엔 경매로 투자금 대비 2~3배 이상 버는 ‘대박’이 없다고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불확실성이란 위험을 담보로 일종의 도박을 한 것”이라며 “요즘은 특수물건을 다뤄도 그렇게까지는 못 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선 연간 30%대 꾸준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물건이 진정한 대박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어떤 물건에 투자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떤 물건에 투자하면 좋을까. 주택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일반적인 만큼 주택을 제외한 물건의 투자 전략을 물었다.
우선 상업시설은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물건이 워낙 적은 탓에 웬만하면 감정가의 120~130%에서 낙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권이 좋은 서울 마포 연남동이나 건대주변, 잠실, 상계동 등은 시가보다 낙찰가격을 더 높여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히려 공업시설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현재 낙찰률이나 낙찰가율이 낮은데 시설 내 기계와 기구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감정가 300억원대 공장을 90억원에 낙찰한 받은 사람이 본인만 쓸 수 있는 기계기구를 부동산과 함께 얻어 큰 이득을 봤다”고 했다.
기계·기구는 동산(動産)이어서 등기가 되지 않아 원칙상 저당물이 아니다. 하지만 공장저당법에 의해 토지·건물과 같이 저당이 잡힐 수 있어 경매로 인수할 수 있다. 김 팀장은 “동산이다 보니 쓸모없는 사람은 고철처럼 폐기 처분하지만 잘 쓸 수만 있다면 뜻밖의 이득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토지는 “부동산을 모르면 함부로 덤비면 안되는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해서 맹지(盲地·길이 없는 땅)라도 낙찰받으면 개발행위를 할 수 없어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를 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행정관청에서 움직여 줘야 하니 쉽지 않다”며 “도로를 내려면 인근 부지를 매입하거나 주변 땅주인들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는데 외지인에게 쉽게 내줄리 만무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올해 금리 인상이 경매 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5~6개월 지나 경매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 인상으로 올해보다는 내년 쯤 경매 물건이 더 많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