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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인 57명 고소한 중개업자, 이유가…

뉴스 이지은 인턴기자
입력 2018.03.10 06:31
주민 카페 '동백발전연합회'에서 지역 중개업소에 준 '양심부동산' 인증서(왼쪽)와 4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되었던 어은목마을한라비발디 128㎡ 매물을 5억5000만원, 6억원에 등록한 사진. /동백지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제공


2016년 12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양심 부동산’이 등장했다. 이 지역 아파트 일부 소유주들로 구성된 ‘동백발전연합(동발연)’이 동백지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양심 부동산 인증서’를 수여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4억원 안팎에 실거래되는 용인 동백지구 내 중동의 A아파트 전용 128 ㎡ 매물을 6억원에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등록하면 양심 부동산 인증서를 주는 식이다.

동백지구 주민 커뮤니티에선 양심 부동산에 대한 칭찬도 자자하다. 동백지구의 한 주민은 인터넷 카페에 “동백지구에서 ‘양심 부동산’이 늘어난다면 우리 지역의 부동산 전체 거래 행태가 바뀔 것이고, 시세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썼다.

동백발전연합회 커뮤니티에 있는 '추천/악덕 부동산' 게시판. /동백발전연합회 회원 제공


동발연 커뮤니티에는 ‘추천/악덕 부동산’이라는 게시판도 있다. 회원들이 동백지구의 ‘집값 정상화’를 위해 지역 내 중개업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동발연은 인터넷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층수가 미기재된 매물이나 동발연 주민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보다 낮게 매물을 등록한 업체에 대해서는 허위매물로 신고하고 있다. 그러자, 중개업소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한 중개업소는 동발연 소속 주민 57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아파트 적정 가격을 둘러싼 일부 지역 주민과 중개업소 간 갈등이 감정 싸움을 넘어 고소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중개업소들이 헐값에 가격 담합을 했다”고 비난한다. 중개업소들은 “일부 주민들이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시세 담합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 아파트. /이지은 인턴기자


■주민들 “대형 호재 있는데 집값 그대로라니”

동발연 소속 주민들과 부동산 중개업소 간 갈등이 심각해진 이유는 양측이 생각하는 아파트 적정 가격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06년 택지개발지구로 조성된 용인 동백지구는 입주 이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 동백지구 전용 84 ㎡ 아파트는 2억원 후반~3억원 중반으로 입주 시점인 10여년 전과 똑같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큰 편이다. 동백지구 주민들 사이에선 “서울은 한달 사이에도 1억~2억원씩 오르는데, 우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내 아파트의 10년간 매매 가격 추이. /땅집고


하지만 최근 동백지구 조성 이후 가장 큰 개발 호재가 등장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집값 상승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755 병상을 수용하는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이 이 지역에 개원하는 것이다. 이 병원은 2020년 개원 목표로 작년 6월 착공했다. 병원 중심으로 20만8000㎡의 ‘용인연세 의료클러스터’도 조성될 계획이다.

주민들은 동백지구에서 직선거리로 4.5㎞ 정도 떨어진 분당선 구성역에 2021년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역이 추가로 생긴다는 것도 동백지구에는 호재라고 주장한다. 구성역에 GTX역이 생긴다면 동백에서 서울 도심으로 가는 교통편이 편리해져 서울 출퇴근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민들은 보고 있다.

‘동백발전연합’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은 이러한 호재에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가격 담합 때문에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발연 회원들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거래가 이뤄져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집주인들에게 매도 희망가격을 낮게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고, 그 결과 지역의 호재가 동백지구 집값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백지구 주민들이 트러스트 부동산 앱에 매물을 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등록했다. /트러스트 부동산 화면 캡처


또 다른 회원은 “중개업자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동발연 회원들은 자체 선정한 ‘양심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자고 말하고 있다.

집주인이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집값을 바로 등록할 수 있는 ‘트러스트 부동산’도 인기다. 실제로 트러스트 부동산 사이트 내 용인시 기흥구 중동, 동백동 아파트 매물 리스트에는 84~85 ㎡가 3억8000만~5억원 사이에 등록되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이나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들에 비해 5000만~1억원 정도 높은 가격이다.

■중개업자들 “집값 담합이라니? 낮을만 하니 낮은 것”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와 신동백지구 위치. /네이버 지도


동백지구 중개업소들은 동발연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중개업소들은 용인경전철(에버라인) 어정역과 동백역, 초당역 등이 지구 외곽에 있어 교통이 불편해 동백지구 아파트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비싼 가격에 매물을 올려봐야 거래가 되지 않는데 일부 주민들이 억지를 부린다”고 말했다. ‘양심 부동산’에는 동백지구 내 중동 A아파트 전용 128㎡를 6억원에 등록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1월 4억500만원, 작년 12월에는 4억원, 10월에는 4억1000만원에 각각 실거래 신고됐다.

동백발전연합회 회원들이 동백지구 내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보낸 메세지. /동백지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제공


중개업소들은 동발연 회원들의 단체 행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동발연 회원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보다 낮거나 층수를 기재하지 않은 매물을 등록한 중개업소를 매물 사이트 운영 회사에 허위 매물로 수시로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업체에 대해 3번 이상 신고가 누적되면 매물 사이트 운영 회사에서 중개업소를 방문 조사한다. 동백지구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물 사이트 운영 회사 직원 앞에서 집 주인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면서까지 허위매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아주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이 중개업소는 2017년 7월 동발연 회원 57명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모욕 총 3가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소한 회원 중 37명은 용인에 실제 살고 있지만 20명은 외지인이었다”고 말했다. 고소 결과 외지인 20명 중 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되었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또 2명은 형사조정, 3명은 형사합의, 1명은 교육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회원들은 무혐의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집값 담합을 둘러싼 주민과 중개업소간 갈등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강남지역은 한달 사이에도 집값이 1억~2억원씩 오르는데, 그외 지역은 집값이 정체돼 있거나 올라도 ‘찔끔’ 오르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 집값 급등을 보면서 소위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우리 아파트 값도 올려보자’는 심리가 퍼져 집값 담합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강남 집값이 진정되면 이런 현상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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