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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은 2년 더…" 미사지구 4만가구의 한숨

뉴스 김리영 인턴기자
입력 2018.03.08 06:31

지난달 27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출구를 빠져나와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상일동역과 미사강변도시를 잇는 5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은 버스 외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상일동역 4번 출구 앞에서 버스에 올라 네 정거장을 이동하니 미사강변푸르지오 19단지 아파트 정류장에 도착했다. 상일동역에서 내려 버스로 아파트에 도착하는데 총 25분 걸렸다.

서울 강동구와 맞닿은 하남 미사강변도시. /네이버 지도


서울 강동구와 맞닿은 미사강변도시는 한강 조망권과 쾌적한 환경, 서울 접근성을 바탕으로 인기리에 분양됐었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지도 벌써 4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전혀 없어 ‘전철 불모지’로 불린다.

그런데 최근 악재가 또 터졌다. 현재 공사 중인 지하철 5호선 연장선(하남선 복선전철) 개통 시기가 연기된 것. 당초 올해 말 1단계 노선이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공기 지연으로 사실상 물건너갔다. 빨라야 2020년 말에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9호선 연장선 역시 사업 추진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

전철 개통 연기로 인해 주민 불편은 물론 미사강변도시 집값과 신규 분양 시장도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동구 상일동에서 미사강변도시로 들어가는 도로. 지하철 5호선 연장 공사가 한창이다. /김리영 인턴기자


■문 열면 서울이라던 미사강변도시

‘창을 열면 한강, 문을 열면 서울’.

2009년 사업시행자(당시 한국토지공사)가 미사강변지구를 개발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미사강변지구는 경기 하남시 망월동, 풍산동, 선동, 덕풍동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신도시다. 약 4만가구 규모로 2009년 첫 분양이 시작됐다. 북쪽과 동쪽 등 2면이 한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올림픽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강동대교 등 도로망 이용도 편리하다. 개발 초기 미분양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서울 강남 접근성이 부각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개발 개요. /땅집고


미사강변도시는 서울 강남구까지 직선거리가 17㎞로 차를 이용하면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판교(18㎞)나 광교(25㎞)보다 강남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교통 정체를 고려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신분당선과 분당선 전철이 지나는 판교와 광교는 강남역까지 각각 25분, 45분이면 닿는다. 그러나 미사강변도시는 전철이 없다. 버스를 타면 강남역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연장은 미사강변도시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5호선 연장 역이 개통되면 광화문까지 약 50분, 9호선 연장선이 뚫리면 강남권까지 40분이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장선 개통이 늦어지면서 앞으로 3년간은 교통 불편이 이어지게 됐다.

■“출퇴근 고통 몇 년 더 계속되나”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은 상일동역에서 출발해 강일지구~하남시 미사지구~덕풍동~창우동까지 7.7㎞를 연결한다. 서울 1개, 경기도 4개 등 총 5개역이 신설된다. 서울시가 1공구, 경기도가 2~5공구를 맡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총 990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하남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5호선 연장선 노선도. /심기환 인턴기자


1단계(1·2·3공구) 사업은 2018년, 2단계(4·5공구) 사업은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됐다. 하지만 올해 개통이 예정됐던 1-1공구와 1-2공구 공정률이 올 2월 말 현재 56% 밖에 되지 않아 올해 연말까지 완공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맡은 1공구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경기도가 맡은 2공구(경기도·서울시 경계~하남 망월)는 63%, 3공구(미사~풍산)는 77%의 공사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5호선 연장선 공사는 원래 2020년 준공 예정이었는데 신도시여서 일반 도심 지하철보다 공기가 빠를 것으로 예상하고 2018년 말 준공 예정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를 해보니 공기 단축이 불가능했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지하철 공사의 평균 속도 정도로 진행된다고 할 때 1공구를 포함해 전 구간이 2020년 말쯤 완공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9호선 연장 사업도 2016년 6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된 이후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공사가 늦어진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신도시 주민 강모(55)씨는 “올해 말 전철이 개통된다고 해서 서둘러 이사왔는데 갑자기 2년이나 공사가 늦춰진다니 말이 되느냐”며 “언제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출퇴근 생활을 계속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심모(28)씨는 “미사지구에서 그나마 가까운 서울 잠실에 회사가 있는데도, 실제 출퇴근에 1시간은 걸린다”며 “4~5㎞ 밖에 되지 않는 지하철 연장 공사가 이렇게 늦어진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하남 스타필드 앞을 지나는 2층 버스. /김리영 인턴기자


사실 교통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는 건 전국적인 현상이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민들에게 인기가 좋은 복지 관련 배상은 우선 배정하지만, 건설·교통 예산 배정은 뒷전으로 밀어놓기 때문이다.

■아파트값 올랐지만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 우려도

하남시 아파트 시세. /자료=KB부동산, 국토교통부



완공일이 늦어지기는 했어도 5호선 연장 노선 영향으로 지난 한 해 미사강변도시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가장 인기 좋은 아파트는 미사강변푸르지오1단지다.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보금자리지구였던 미사강변지구에서 몇 안되는 민간아파트인데다 단지 앞에 망월천도 있다”며 “5호선 연장 역사(驛舍)도 가까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하남 미사푸르지오1차 아파트. /김리영 인턴기자


미사강변도시 주요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오피스텔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5호선 연장선 미사역(예정) 중심으로 지어지는 오피스텔들은 예상보다 지하철 개통 시기가 늦어지면서 입주자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하남 미사강변도시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1만3484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분양 중이거나 분양을 앞둔 오피스텔. / 네이버 부동산


미사강변도시 오피스텔은 2011년 준공된 하남지식산업센터(ITECO)를 비롯해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센터,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 5호선 연장 등 업무지구와 교통망 확장에 따른 수요를 겨냥해 대규모로 분양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하철 준공 시기가 연기되면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미사강변도시는 강남과 가깝고 주변에 많은 업무지구가 조성되고 있어 장기적인 전망이 나쁜 것은 아니다”며 “내년까지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나오는데다 지하철 개통이 늦어지면 다소 타격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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