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무너질 위험 없으면, 재건축 못한다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8.02.21 03:00 수정 2018.02.21 11:29

[재건축 틀어막는 정부, 안전진단 등 규제 盧정권 수준으로 강화]

- 30년 넘는 아파트 재건축 힘들어
'사실상 허가' 조건부 재건축도 중앙정부가 개입 깐깐하게 심사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 허용 기준을 노무현 정부 때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없다면, 생활이 웬만큼 불편한 정도로는 재건축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 사업이 구조안전성 확보, 주거환경 개선 등 본래 취지에 맞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로 '아파트가 너무 낡고 불편해 새로 지어야 한다'고 공인받는 절차이다. 아파트가 아무리 낡았어도 안전진단 때 '아직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서울에서만 약 10만4000가구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논란이 된 재건축 가능연한(현행 30년)은 손대지 않고, 재건축 시장을 규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활하는 노무현 정부 재건축 기준

국토부 발표의 핵심은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배점을 대폭 늘리고, '주거환경' 배점을 낮춘 것이다. 구체적인 배점 기준을 보면 구조안전성은 20%에서 50%로 강화되고,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낮췄다. 시설노후도 배점은 소폭 조정(30%→25%)됐다.

구조안전성은 말 그대로 건물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안전한지를 따지는 것으로,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에서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때 구조안전성 배점을 조절했다. '구조안전성 50%'는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르던 2006년 세워진 배점 기준이다. 올초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됐다.

주거환경은 주차 공간, 노약자 생활환경 등에 대한 평가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구조안전성 강화는 사실상 재건축을 막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노후 아파트 거주자의 생활 편의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국토부는 "생활이 아주 불편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재건축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조건부 재건축 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30점 이하이면 '재건축',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판정이 내려진다. 현행 조건부 재건축은 사실상 재건축 판정과 똑같이 통용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 재건축 90%는 이 판정을 받고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나면 시설안전공단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할지 말지를 분명하게 재심(再審)할 방침이다. 시설안전공단은 국토부 산하 기관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한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21일 입법 예고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 시행된다.

◇국토부 "4~5년은 공급 문제없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건축 단지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시세가 급락하지는 않아도 더는 집값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33평형의 경우 호가(呼價)가 최고 23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21억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잠실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도 1억원 이상 낮아진 가격 매물이 나오고 있다. 향후 서울 집값 전망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이 막히면 서울 요지 신축 아파트는 희소성 때문에 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강남권 집값은 재건축이 주도하고 일반 아파트가 따라가는 양상이어서 '풍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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