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60대 은퇴 부부를 위한 웬가와 하우스(Wengawa House)
[건축 개요]
▶건축가: 카츠토시 사사키(Katsutoshi Sasaki)
▶위치: 일본 아이치현
▶대지면적: 238.54m²
▶건축면적: 76.38m²
▶연면적: 97.37m²
▶사진: 카츠토시 사사키(Katsutoshi Sasaki)
인구의 고령화는 사회 곳곳에 변화를 불러온다. 주거형태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어내고 있는 일본에서 60대 부부를 위한 주택을 통해 고령 인구의 생활방식을 담아냈다. 은퇴 이후 한적한 삶을 영위할 이들에게 일상적인 삶의 편안함도 중요하지만 비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집이 필요했다.
이 집의 특징은 건물 외곽을 빙 둘러있는 베란다와 집 안 중심에 자리한 중이층(일종의 1.5층) 공간이다. 내부와 외부를 드나드는 공간 어디에나 베란다가 있다. 이 베란다는 실내외에 어디서나 취미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건축주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또 손님이 방문하면 미리 알 수 있는 공간 역할도 한다.
또 다른 특징인 중이층 공간은 지붕 프레임이 드러나 있고, 천장 가장자리에서 떨어지는 빛이 벽면에 둘러 있는 얇은 천에 의해 따뜻하게 퍼진다. 아늑한 개인 공간이자 따뜻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이 공간을 통해 휴식과 소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은퇴 후 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건축가가 말하는 이집은…]
이번 프로젝트의 건축주는 은퇴한 60대 남편과 아내였다. 장래 ‘고령화 사회’와 ‘주거 방식’을 고려해 정사각형 지붕을 가진 작은 집을 계획했다. 새로 매입한 대지는 조용한 주거 지역에 있다.
건축주는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닌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 그들의 취미생활을 실내외에서 즐길 수 있는 주거 공간이기를 원했다. 이런 요구에 맞춰 도로와 마주한 건물 앞쪽으로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계획하고, 건물 뒤쪽으로 정원을 배치했다.
이 집은 네 개의 공간(베란다, 생활공간, 빛 베란다, 객실)으로 구성됐다. 고령자들의 삶을 고려했을 때 식사와 숙면같은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공간도 중요하다. 하지만 집에서 하는 다과회나 자녀의 방문과 같은 비일상적인 시간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각 영역이 상황에 따라 서로 연결되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흐릿한 경계를 통해 일상적인 생활과 비일상적 생활이 함께 얽힐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물 1층을 둘러싼 베란다는 여러 역할을 하는데 동쪽으로는 이웃들과 우정을 쌓을 수 있는 모임 공간이 될 수 있다. 서쪽으로는 휴식 공간으로서 정원에서 일을 할 때 유용하다. 다과회를 할 때에는 입구로부터 안내해주는 역할도 한다. 베란다는 생활공간과 티룸(tea room)간의 물리적이고 시간적 거리감을 만들어 낸다.
이층 중앙 공간은 객실이다. 이 공간은 유연하게 티룸(tea room), 객실, 서재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객실 주위로 ‘빛 베란다’ 공간이 공중에 둘러있어 따뜻한 빛이 객실을 감싸안는다. 네 방향의 상부에서 들어오는 빛은 반투명한 천들 사이로 널리 분산되고 빛의 웅덩이를 만들어낸다.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강하게 빛들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빛 베란다를 통해 집 안에서 자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장면들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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