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위헌일까, 아닐까.”
올해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집값이 급등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치솟던 집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평균 집값 상승률을 넘는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최고 절반까지 정부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익은 재건축 사업으로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을 제한 금액이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를 가정해 가구당 최대 8억원이 넘는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위헌 논쟁이 뜨겁게 불붙기 시작했다.
일부 서울 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은 이미 위헌 소송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도 위헌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땅집고 취재팀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4가지 이유와 반론을 함께 살펴봤다.
이유1. “미실현이득 과세이며, 재산권 침해이다”
정부는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인용해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헌재는 당시 판결문에서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과세목적·과세소득의 특성·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초세는 결과적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이유는 재산권 침해였다. 당시엔 공시지가 제도가 없어 개별토지의 땅값을 산정할 계측 수단이 미비하고 세율도 높게 책정돼(최대 50%)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토초세가 이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원본에 대한 과세가 될 위험부담이 높아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대표변호사는 “2006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통과 당시 토초세 판결에서 지적받은 재산권 침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구간별 누진율을 적용했다”며 “초과이익환수금이 원본을 침해하는 경우라면 논란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6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제정 당시에도 재건축 사업으로 얻은 시세 차익은 장부상 이익일 뿐 실현된 이익이 아니어서 조세법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부담금을 부과하면 집값이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재건축 부담금을 이미 냈는데 갑자기 아파트값이 하락하다면 (하락한 부분에 대해) 현재로서는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1997년 IMF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폭으로 집값이 하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 하에서 만들어진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인데 아직까지 특별한 구제책은 없다”고 말했다.
이유2·3. “형평 원칙에 어긋나고 이중 과세다”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왜 재건축 아파트만 부담금을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재건축 상가나 재개발 사업은 초과이익이 생겨도 환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종규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재건축 단지 내 상가나 재개발 사업은 초과이익이 발생해라도 환수하지 않는데, 재건축 아파트만 (환수제를) 적용하는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상업지역을 재개발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도 이미 개발부담금을 내고 있다”며 “다만 재개발 사업은 낙후 지역을 개발하는 것인 만큼 수익 발생이 거의 없어 초과이익환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차익도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차익에 대해 부담금부터 먼저 내라는 것은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양도세를 두 번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결국 이중(二重) 과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양도소득세는 주택가격상승분에 대해 부과하는 제도로 초과이익환수제와는 목적과 기능, 과세대상이 다르다”면서 “양도세를 산정할 때 재건축 부담금은 필요 경비로 인정해 공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토초세는 세금이었기 때문에 이중 과세 이슈가 생겨 문제가 됐다”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세금이 아닌 부담금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이유4. “부담금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
또 다른 문제점도 제기된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점, 1가구1주택자에 대한 부담금 부과가 대표적이다.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는 “재판에 임하는 변호사라면 ‘변수’인 가격을 ‘상수’로 취급하는 재건축 부담금 산정식을 두고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라며 “법에서는 개시시점 주택가액을 공시지가로, 종료시점 주택가액을 주변 실거래가를 반영한 조합원 분양가 등을 합산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 당장 주택을 사고 팔아도 초과이득이 난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종규 변호사는 “재건축 조합들이 초과이익을 줄이기 위해 건축비를 조절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며 “초과이익을 환수당할 바에야 단지 안에 고급 수영장, 아이스링크 같은 커뮤니티시설을 더 짓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납세자의 부담 능력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규 변호사는 “초과이익환수 대상 아파트에 거주하는 1가구 1주택 고령자들은 소득도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부담금을 부과받으면 빚을 내거나 집을 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규 변호사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헌법에서 보장하는 주거권을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고 있는데, 초과이익환수 대상에서는 제외되지 않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