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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양반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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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07 03:00

위례서 공공택지 싸게 받아놓고… '임대후 분양' 전환
"분양가 상한제 피하기 위한 꼼수" 청와대에 청원 몰려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5일 자회사를 통해 '임대'로 분양한 경기 위례신도시의 '위례호반가든하임' 아파트가 최고 79대1, 평균 6.16대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불만이다. 이 아파트가 지어진 북위례 지역은 정부가 건설사에 땅을 싸게 판 공공택지인 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어서 저렴하게 분양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청와대에 임대 분양을 막아달라고 청원까지 넣고 있다.

◇왜 임대 후 분양을 선택했나

호반건설 자회사 호반건설산업은 2016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해당 아파트 부지를 740만원(이하 3.3㎡당)에 사들였다. 당시 용도는 '일반 분양 택지'였다. 아파트를 바로 분양해서 팔도록 정해진 땅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작년 말 '4년 임대 후 분양'을 신청했고, 경기도 하남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호반의 행보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시세 차익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례신도시처럼 군부대 이전·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정부가 싸게 판 만큼, 건설사도 싸게 분양하라는 의미다. 상한제 적용 시 예상 분양가는 2200만원 이내. 단지 바로 옆 '위례 롯데캐슬' 3260만원(실거래 가격)보다 훨씬 싸다.

임대 후 분양을 하게 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호반 입장에서는 북위례 집값이 향후 4년간 전혀 안 오르더라도 지금 분양하는 것보다 50% 가까이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위례 집값은 아직도 오름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2016년 6월 2385만원에서 올해 2월 현재 2751만원까지 뛰었다.

◇"임대 보증금도 비싸다" 논란

또 다른 문제는 호반이 임대 보증금마저 비싸게 책정했다는 점이다. 전용 101㎡의 경우 임대보증금이 6억2000만원, 월세 25만원이다. 2016년 호반이 LH로부터 땅을 구입한 가격과 건축비 등을 고려할 때 공급원가는 3.3㎡당 1640만원 수준. 호반으로서는 보증금(3.3㎡당 2025만원)만으로도 토지 구입 가격과 건축비를 메꾸고 남는 셈이다. 게다가 임대 보증금과 월세는 매년 최대 5%(보증금 연 3100만원, 월세 연 1만2500원)씩 인상도 가능하다.

그동안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민간 임대아파트의 경우 중소 시행·건설사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은 분양 전환을 하면서 2007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로 입주민을 모집할 당시 예상치였던 3.3㎡당 2000만원보다 훨씬 비싼 830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소송까지 벌였다. 2007년 경기도 안성시에서 동광종합토건이 분양한 동광아파트 역시 5년 공공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으로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난 뒤 분양가 갈등이 빚어져 분양 시기가 2년이나 늦춰졌다. 제일건설도 작년 말 성남고등지구에서 분양한 '제일풍경채'를 임대 후 분양 전환으로 바꿔 논란을 빚었다.

◇법 개정 목소리 높아

관련 법 개정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호반이 임대 전환을 신청한 작년 말에도 청와대에는 '민간임대 후 분양전환 시 분양가 확정 또는 제한기준 입법요청' 청원이 올라왔다.

핵심은 건설사가 지금처럼 손쉽게 분양 방식을 바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채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례호반가든하임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다면 전용 101㎡를 분양받은 소비자는 6억8000만원만 내고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임대 후 분양'을 통해 시세대로 분양가가 정해질 경우 현재 시세를 적용해도 9억90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뛰고, 차액은 호반 몫이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렴하게 분양받은 공공택지를 민간 임대로 돌리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른 건설사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대형 건설사들은 하지 않는 편법인데 대우건설 인수로 대형 건설사 반열에 올라서는 호반이 아직 중소·중견 건설사의 윤리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분양 전환할지, 분양가를 얼마로 할지 등은 건설사가 정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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