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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월세로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02.06 06:31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2005년 입주한 ‘역삼e편한세상’ 아파트. 작년 말 전용면적 59㎡ 실 거래가를 6년여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이 아파트는 이 기간 실 거래가가 7억6000만원에서 12억1000만원으로 60% 급등했고, 전세금도 4억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70% 올랐다.

역삼e편한세상 아파트의 매매와 전월세 가격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집값과 전세금은 급등했지만 변함없는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있다. 바로 월세다. 6년 전 전용 59㎡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9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달에도 같은 면적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95만원으로 2.6% 올라 사실상 가격 상승이 없었다.

이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래미안1차’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2011년 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거래됐다. 6년 후인 작년 말에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20만원으로 똑같은 조건에 계약됐다. ‘공덕래미안1차’ 전용 59㎡의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3억9000만원에서 6억2500만원으로 60%, 전세는 2억5000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64% 올랐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붙은 월세 매물표. /조선DB


아파트를 사서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월세는 투자 수익률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지난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 매매가격이나 전세금이 급등한 것에 비해 월세 가격은 거의 그대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와 달리 금리나 시장 전망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주거비 개념인 월세(임대료)가 장기 안정 상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세가격, 지난 7년간 변동이 없었다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오랫동안 전세 중심으로 돌아갔던 우리나라에서는 월세 가격에 대한 통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월세 실거래 신고가 이뤄진 것은 2011년부터이다. 하지만 국가공인 통계인 한국감정원과 민간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 모두 2015년부터 제대로 된 월세 가격 통계를 내고 있다.

지역별 아파트 월세 가격 지수. /자료=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 월세 가격조사에 따르면 2017년 11월 서울의 월세가격을 100.0으로 놓고 봤을 때 2015년 6월에도 100.0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0.1%의 변화도 없을만큼 가격이 안정적이다. 전국은 2017년 11월을 100.0으로 봤을 때 2015년 6월이 100.4이다. 강남구가 100.7에서 100.4로 조금 낮아진 것을 비롯해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지방 등 특별히 등락이 있는 지역은 없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2012년 6월과 2015년 6월을 비교했을 때,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지수는 100에서 100.8로 조금 높아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2년~2015년의 자료는 표본이 적고 수집 방식도 달라 2015년 6월 이후의 자료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아파트 월세 실거래 신고가 시작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이나 전국 단위에서 별다른 가격 변동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기준금리 따라가는 아파트 월세 수익률

아파트의 임대(월세)가격이 그대로인데 매매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투자금액 대비 임대 수익률은 하락했다. ‘역삼 e편한세상’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2011년에는 7억1000만원을 투자해 연 2280만원의 임대수입을 얻어 연 3.2%의 수익률이었지만, 2017년에는 같은 임대수입을 얻기 위해 11억6000만원을 투자해야 하므로 수익률이 1.9%로 떨어졌다. 현재 연 2% 대인 월세 수익률이 주택 임대사업 진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월세는 그대로인데 매매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현상은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기간 아파트 월세 수익률이 공교롭게도 한국은행 기준 금리와 거의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는 것. 2011년 6월 3.25%였던 기준금리는 2017년 1.25%까지 낮아졌는데 이 기간 역삼 e편한세상 아파트 수익률도 약 3.2%에서 1.9%로 비슷한 양상으로 낮아졌다.

서울 오피스텔 시세와 임대수익률 변화. /자료=KB국민은행


그렇다면 다른 부동산 상품의 월세는 어떨까.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경우는 지난 5년간 매매가격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임대수익률은 서울 기준 연 5.63%에서 4.87%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로 임대사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평균 가격과 수익률(단위:원) /자료=한국감정원


다세대·연립 주택의 경우도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7월 서울의 평균 월세가격은 48만6000원에서 2017년 12월 50만2000원으로 올랐다. 이 기간 평균 매매가격은 2억2300만원에서 2억4400만원으로 상승했다. 월세 수익률을 계산하면 연 3.24%에서 2.95%로 떨어졌지만 아파트 대비 여전히 높은 수익률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월세 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택 임대로 월세를 받고자 하는 사람(공급)은 많지만 월세를 내고 살고자 하는 사람(수요)은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높은 월세 가격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이 있어 매매 가격만큼 월세가 급등하기는 어렵다”며 “단, 현재는 새 아파트 입주가 늘어나면서 월세보다는 전세 공급이 많아지는 시점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월세가 약간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는 월세 수익률만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상품은 아니어서 월세가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임대수익률이 더 높은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연립주택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는 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자본 이득이 크게 발생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아파트는 월세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도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아파트 값이 더욱 올라 임대 수익률이 더 낮아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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