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과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규제 강화 영향으로 지난해 부동산 증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부동산을 팔라”고 압박하지만, 정작 부동산 소유주들은 “파느니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부동산 증여 건수는 총 28만2680건으로 2016년(26만9472건) 대비 4.9%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 가운데 주택 증여 건수는 8만9312건으로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이는 집값이 큰폭으로 오른데다 양도세 중과 등으로 세금 부담이 커지자 절세 차원에서 이른바 부담부 증여 형태로 자녀에게 집을 넘기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는 “집값이 오른 뒤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이 커진다”면서 “서울 강남처럼 집값 상승이 예상되면 미리 전세나 대출을 끼고 자녀에게 사전 증여를 해 세금을 아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서울에서는 주택 증여 건수가 1만4860건으로 1년전보다10.2% 증가했다. 특히 9월 935건이었던 증여 건수가 10월 1281건, 11월 1393건으로 늘어나다가 12월에는 2101건으로 폭증했다. 올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집을 파는 대신 증여하려는 다주택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4개구에 증여가 집중됐다.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동구가 13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는 961건, 강남구도 1077건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전체 주택 거래량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4%, 9.5%에 달해 서울 전체 평균(5.3%)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소형·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는 지난해 증여 건수가 516건으로 강남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상업용 부동산 등 비 주거용 건축물 증여도 큰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비 주거용 건축물 증여 건수는 1만8625건으로 2016년(1만5611건)보다 19.3% 급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4464건으로 전년(3725건) 대비 19.8% 더 많은 증여가 신고됐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보다 적은 증여세를 부담하며 재산을 물려줄 수 있어 부자들의 세금 절약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주택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상가나 속칭 꼬마빌딩 등 비 주거용 건물은 매입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토지 부분은 공시지가로, 건물 부분은 시가표준액으로 신고할 수 있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부동산 대출과 세제가 계속 강화되는 추세여서 서둘러 자녀 등에게 증여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