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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아파트 두채로 나누기 더 쉬워진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02.02 06:31
최근 세대구분 사업을 완료한 경기 용인시 상현동 금호베스트빌2차 아파트 내부. /심기환 인턴기자


이미 지어진 대형 아파트 한 채를 두 채로 나누는 이른바 ‘아파트 세대구분’ 사업의 법제화가 추진돼 주목된다. 세대구분 사업은 최근 대형 아파트 가격 하락을 막고, 남는 공간을 활용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동안 세대구분이 법적으로 명백하게 허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규정이 미비해 시장에서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자주 불거졌던 것. 이번 법제화가 시행되면 세대구분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김해갑)은 최근 ‘세대구분형 공동주택’ 제도를 기존 공동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황희, 주승용, 황주홍, 이개호, 노웅래, 윤영일, 최인호, 박준영, 이훈, 강훈식, 이종걸, 윤후덕 의원(무순)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국토부 역시 최근 ‘2018년 업무계획’을 통해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도 정비해 세대구분 사업을 좀 더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대구분 사업이란 기존 아파트 1채를 독립생활이 가능한 2채(약간 큰 집 1채와 작은 집 1채)로 개조하는 것을 말한다. 각각의 집에는 별도 현관문, 주방, 욕실, 경계벽 등이 설치된다. 2채 중 1채를 전·월세로 놓거나 2채 모두 세를 줄 수도 있다.

집을 2채로 등기할 수는 없지만 대형 아파트 보유자들이 ‘1가구 2주택’에 따른 중과세 걱정없이 월세를 받을 수 있어 최근 주택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대구분 사업 주택법에 명확하게 규정

현행 주택법에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세대구분형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기존 입주한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 물론 지금도 불법은 아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불편했다. 주택법과 건축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규정을 활용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아 세대구분 사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용인 상현동 금호베스트빌2차 아파트는 기존 세대 출입구와 세입자용 세대 출입구를 따로 만들어 완전히 다른 집처럼 보인다. /심기환 인턴기자


이런 불편을 감안해 국토교통부는 작년 7월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맞춰 행위허가를 신청하면 세대구분을 허가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법 조항이 아닌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 인허가권을 가진 일선 지자체 공무원이 국토부 가이드라인을 제각각 해석하다보니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사업 실행 여부가 결정되는 등 시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고 편법으로 세대구분 개조 공사를 진행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공동주택 세대구분 관련 주택법 개정안 내용. /민홍철 의원실


민홍철 의원실이 발의한 개정안은 주택법에 규정된 ‘세대구분 아파트’(2조와 35조)의 범위에 이미 지어진 아파트도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 사업 추진 방식이 지금보다 명확해지고,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도 명료해질 전망이다.

주택업계에선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이 활성화되면 현재 주택시장에서 찾는 이가 없어 헐값이 된 기존 대형 아파트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민홍철 의원은 “노년층이 사는 대형 아파트의 한 1~2칸은 비워놓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층을 위한 소형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소형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대형 아파트 세대구분이 활성화되면 소형 임대 주택도 공급도 빨리할 수 있고, 자원 낭비도 줄일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택업계에선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 사업이 활성화하면 노년층 소득보전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165㎡(50평) 이상 대형 아파트는 대부분 장년층과 노년층이 소유하고 있다. 자녀 출가 등으로 남는 공간을 세대구분해 월세형 주택으로 만들면 월 40만~100만원 정도의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민 의원은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 사업은 대형 주택을 노년층과 젊은층이 공유하는 일종의 ‘한국형 주택공유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 상현동 세대구분 아파트의 기존 평면(왼쪽)과 공사 후 평면 비교. /얼론투게더


■“주차난 걱정? 대부분 단지는 여유 공간 많아”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해야 하는 국토부도 이 법안 통과에 적극적인 편이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주택법 법안이 상반기 중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을 만들어 올 하반기에는 법안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가이드라인 기준 가운데 과도한 규제는 다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기존 공동주택 세대구분 사업을 하기 위해 해당 동(棟)의 주택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거주자’로 완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1~2개동으로 구성된 주상복합 아파트는 1개 동에 300~400가구가 거주하는 경우도 많아 이런 단지에선 ‘3분의 2 동의’ 요건이 있으면 사업 추진이 힘들어 주상복합에 대한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일각에선 세대구분 사업이 활성화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차 문제가 대표적. 하지만 세대구분 사업은 최소 40평 이상, 일반적으로는 50~60평대 아파트가 대상이다. 이런 아파트 단지는 가구당 주차 공간이 2대 이상 확보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차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종합인테리어회사인 얼론투게더 최한희 대표는 “세대구분으로 생기는 세입자용 주택의 경우 대부분 청년층이 살기 때문에 차량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필요하면 차량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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