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에서 집값과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공교롭게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모여사는 세종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사는 지역의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속설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땅값과 집값 상승률 1위는 모두 세종시가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급등으로 수혜를 본 집단을 ‘적폐(積弊)’로 규정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해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의 절반은 공무원 대상으로 분양했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이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회사원 장모(42)씨는 “나이가 든 고위 공무원은 이미 강남에 집을 갖고 있고, 젊은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아파트를 갖고 있지 않느냐”며 “부동산값 폭등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자신들은 놔두고 누구를 투기꾼으로 몰아가느냐”고 했다.
세종시 땅값은 지난해 7.02% 올라 압도적인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3.88%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서울(4.32%)보다도 3%포인트 가까이 높다. 땅값 상승률 2위는 부산(6.51%), 3위는 제주(5.46%)였다.
땅값 뿐만이 아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집값이 4.29% 올라 역시 전국 1위에 올랐다. 서울(2위·3.64%) 집값 급등이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세종시의 집값 상승률보다는 낮았다.
아파트만 보더라도 세종시의 지난해 가격 상승률은 서울(4.69%)에 이어 전국 2위(4.27%)를 기록했다. 세종시의 경우 단독·다가구주택 상승률이 4.93%로 서울(3.19%)보다 크게 높았다.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이유는 우선 아파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는 정부 부처가 집중돼 있고, 최근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이 점차 갖춰지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 2011년 8만4000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기준 27만명으로 급증했다.
추가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 매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현재 세종시는 1~5생활권 개발이 거의 마무리됐다. 외곽인 6생활권 개발을 위한 기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종시는 6생활권 주변 빈 땅과 단독주택 등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6생활권이 속한 연기면(8.74%)을 비롯해 세종시 외곽인 금남면(9.55%), 연서면(9.18%) 등의 땅값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세종시의 토지 거래량 역시 4만7696필지로 전년 대비 44.9% 급등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위인 인천(24%)보다 월등히 높다.
세종시의 A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과거 세종시로 정부 청사가 이전할 때 반발하던 공무원이 많았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승자(勝者)'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