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맞수] 문래동 ‘자이’ vs. ‘힐스테이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과거 철공소가 몰려 있고, 화물차가 쉼없이 오가던 공장지대였다. 주거지역에는 단독·다가구주택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도림천을 따라가다보면 옛 공장 흔적들을 물씬 느낄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문래동은 영등포의 신흥 주거지로 떠올랐다. 2001년 방림방적공장 부지에 ‘문래자이’ 아파트가 들어섰다. 2003년엔 자동차정비단지를 철거하고 지은 ‘문래힐스테이트’도 입주하면서 아파트 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이 문을 열며 상권도 커졌다. 여의도와 시청으로 출퇴근하기 좋고 도림천·안양천 등 풍부한 녹지 환경도 장점으로 평가됐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문래동 최고가 1·2위를 다투는 두 아파트는 지하철 2호선 문래역을 두고 마주본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린다. 매매가격은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으로 문래자이가 최고 5000만원쯤 비싸다.
땅집고는 문래동 ‘맞수’ 문래자이(이하 자이)와 문래힐스테이트(이하 힐스테이트)를 직접 비교 분석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전문가들 평가를 종합하면 자이는 초역세권 입지와 대단지라는 측면에서, 힐스테이트는 교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초역세권 ‘자이’ vs 통학 환경 ‘힐스테이트’
교통은 자이가 조금 더 낫다는 평가다. 자이는 2호선 문래역 6·7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역에서 나오면 단지 입구가 바로 나와 ‘초역세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가장 가까운 101동과 102동은 걸어서 1분, 조금 먼 109과 110동은 걸어서 5분쯤 걸린다. 힐스테이트는 문래역 1·3번 출구에서 어른 걸음걸이로 5~10분 정도 걸린다. 버스의 경우 두 단지에서 영등포 관내(영등포05·12번)와 목동(6211·6625번)·강남(641번) 등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 다만, 두 단지 모두 버스 편의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힐스테이트의 최대 장점은 통학 환경이다. 길을 건너지 않아도 문래초등학교로 걸어다닐 수 있다. 자이는 왕복 8차로(당산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문래역 지하통로를 통해서 통학이 가능하다.
문래동 W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출퇴근을 중시하는 맞벌이 부부나 젊은층 중에는 초역세권인 자이만 찾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걸음걸이로 3~5분 밖에 차이나지 않아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히려 힐스테이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힐스테이트는 주변에 근린시설을 잘 갖춰 어린 자녀를 키우기엔 좀 더 낫다는 평가다. U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초등학교가 가깝고 저학년들이 다닐만한 학원이나 편의시설이 주변에 있는 반면 유흥시설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학원 교육환경이나 유통시설 접근성면에서는 두 단지가 비슷하다. 목동 학원가는 힐스테이트에서 더 가깝지만 두 단지 모두 통학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문래동 부모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자녀를 목동으로 보내기 시작한다”며 “두 단지 모두 통학버스가 좋아 불편함을 느끼진 못한다”고 말했다.
두 단지 모두 반경 1㎞ 안에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코스트코, 하나로마트 등 크고 작은 유통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만 자이가 타임스퀘어와 홈플러스 영등포점을 걸어서 다니기에는 더 가깝다.
■가성비는 ‘힐스테이트’ vs 투자가치는 ‘자이’
힐스테이트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자이와 비슷한 입지인데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이가 우세했다. 84㎡ 기준 자이가 7억1700만~7억5750만원, 힐스테이트가 6억8300만~7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중대형의 경우 자이 121㎡가 작년 11월 8억7800만~8억8900만원에, 힐스테이트 119㎡가 작년 12월 8억1000만~8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주변 호재나 개발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가치는 자이가 근소하게 앞선다는 평이다.
자이는 영등포 경인로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와 가깝다. 서울시는 영등포 경인로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하고 최대 5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할 계획이다. 힐스테이트도 개발 영향을 받겠지만 거리가 더 가까운 자이가 투자가치면에서는 더 좋다는 평이다.
내부구조는 두 아파트가 닮은꼴이다. 둘 다 3베이(bay·거실과 방 3개를 전면 발코니 쪽으로 배치)에 계단식 구조다. 2년 간격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입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동(棟) 간격은 자이가 힐스테이트보다 넓지만 엘레베이터가 지하주차장까지 연결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지 규모는 자이가 총 18개동, 1302가구로 힐스테이트(14개동, 776가구)보다 크다. 규모가 클수록 거래 회전율이 좋아 추후 집을 팔기에 유리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가성비는 힐스테이트, 투자가치는 자이의 손을 들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힐스테이트가 문래동 주거 밀집지역 내 있어 학원·병원 시설을 잘 갖추고 가격이 낮아 가성비에서 우위에 있다”면서도 “자이가 경인로와 가깝고 여의도 진출이 유리해 직장인 수요가 뒷받침돼 가격 상승 기대감은 더 좋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역시 “힐스테이트가 비(非) 선호시설에 덜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자이도 최근 주변 철공소·술집 등이 정비사업을 통해 선호시설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