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강남 3구 재건축 담당자들 불러… 이미 관리처분 신청한 아파트 철저한 심사 지시]
- 반포 주공1단지· 잠실 진주 등 11곳
작년말 초과이익환수제 피하려 급히 관리처분 신청한 단지 대상
한곳이라도 재건축 신청 반려땐 부동산 시장 전체 패닉 올 수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住區) 전용면적 84㎡는 최근 34억~35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6개월 새 24% 급등한 가격이다. A공인중개 관계자는 "작년 12월에 관리처분 신청을 해 가구당 최대 8억원에 달한다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런 아파트들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작년 말 관리 처분 신청서를 접수시킨 단지들도 신청서 내용을 재점검해 부실 서류에 대해 '퇴짜'를 놓아 부담금을 물게 하라고 각 구청에 지시한 것이다. 지난주 국토부가 가구당 최대 8억여원의 재건축 부담금 추산치를 발표한 이후 작년 말 관리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단지는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 단지로 분류돼 호가(呼價)가 더욱 오르고 있다.
◇부담금 피해 일정 단축한 단지 정조준
2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재건축 관리 처분 인가(認可)권자인 개별 구청의 실무자들을 불러모아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한 심사'를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인가가 끝나고 나면 감사가 나올 것' '잘못하면 감방에 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구청 재건축 사업 심사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권자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에도 "각 구청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별도로 요청했다.
국토부는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작년 말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겨 관리처분을 신청한 단지 중 일부에 절차상·서류상 하자(瑕疵)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관리처분 인가 대기 중인 재건축 아파트는 11개 단지 1만8000가구이다. 이 단지들 상당수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시공사 선정→관리 처분 신청' 단계를 3개월 안팎으로 단축, 신청서를 냈다. 한 재건축 전문 컨설턴트는 "시공사 선정 이후에만 시공사 계약 협의에 2개월, 조합원 분양 신청에 2개월, 관리 처분 계획 공람과 조합원 총회에 2개월 등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그보다 빨리 진행된 곳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일부 단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 잡음이 있었던 단지도 국토부는 주시하고 있다. 송파구 A단지의 경우 시공사와 계약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단지는 '시공사 누락만으로는 구청이 신청서를 반려할 수 없다고 법원이 2000년대 중반에 판결한 사례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측은 해당 판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에도 강남 재건축 과열이 식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더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이 제출한 신청서와 서류 일체를 제출하라고 구청에 요구하거나 신청서를 국토부가 공동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단지라도 걸리면 재건축 '패닉'"
구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A구청 재건축 담당자(팀장급)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그대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인가 내주기만 해봐라. 감사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주 전격적으로 '최대 8억4000만원'이라는 개인당 재건축 부담금 추산치를 발표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담금 적용 대상이 된 단지들은 충격을 받았다. 최근 가격 급등세를 주도해온 잠실주공5단지는 발표 직후 호가가 3000만원 내린 매물이 나왔지만 일주일째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B공인중개 관계자는 "얼마나 더 떨어졌는지 묻는 전화만 걸려온다"고 했다. '신청서 반려'가 현실화할 경우 이런 상황이 재건축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부담금을 피했다'고 인식되는 단지 중 한 곳이라도 부담금을 물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공포가 주변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에 패닉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