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낮인데 노인만 3~4명…'공트럴파크'의 민낯

뉴스 이지은 인턴기자
입력 2018.01.27 06:31

‘잘 생겼다! 서울 20’은 동네 곳곳에 새롭게 개장한 명소 20곳을 홍보하는 서울시의 캠페인입니다. 이 시설들은 시민들의 삶과 도시 공간 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땅집고가 직접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잘 생겼나, 서울20] ①경춘선 숲길공원

경춘선 숲길공원 위치. /자료=내손안의서울 홈페이지


지난 16일 오후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2번 출구를 나와 200여m를 걸어가자 ‘경춘선 숲길공원’이 나왔다. 2010년 폐선된 옛 경춘선 6㎞ 구간에 만든 경춘선 숲길공원은 서울시가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하는 ‘잘생겼다 서울20’에 선정된 곳 중 하나다.

하지만 경춘선 숲길공원은 아직 관광명소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철길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3~4명의 노인들이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있고, 공원 곳곳에 철도 모형과 포토존이 설치돼 있지만 관심을 두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서울 마포구 대흥·연남동 일대에 조성된 ‘경의선 숲길공원’처럼 서울 대표 상권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아직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는 않았다.

반면 경의선 숲길공원은 주변에 식당과 카페, 옷가게가 들어서고 20~30대 소비자도 동시에 몰리면서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집값도 강세다. 연남동 일대 단독주택은 3.3㎡당 시세가 3~4년 전 2000만원에서 현재 5000만원까지 올랐다. 공릉동 주민들도 경춘선 숲길공원이 경의선 숲길공원의 ‘연트럴파크’처럼 떠오르길 바라면서 ‘공트럴파크’라는 별명도 붙였다.

경춘선 숲길공원도 경의선 숲길공원처럼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까. 옛 화랑대역, 경춘선 숲길 1단계 구간과 경춘선 숲길 2단계 구간, 경춘철교 코스를 따라 걸어가면서 상권 변화와 집값 변동을 알아봤다.

■‘잘생겼다’는데…찾는이 없는 경춘선 숲길

경춘선 숲길공원 1단계 구간. 조용하고 한적하다. /이지은 인턴기자


취재팀은 서울시가 추천하는 경춘선 숲길 관람 코스의 첫 코스 시작점인 화랑대역을 찾았다. 철길 주변에는 반려견과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쉬는 노인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철길 공원 주변에는 아파트, 빌라, 낡은 주택이 줄지어 있을 뿐 카페와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여대, 육군사관학교 근처에 조성된 경춘선 숲길공원 팻말이 도로 너머로 보인다. /이지은 인턴기자


삼육대교차로에서 시작해 서울여대와 육군사관학교 인근 철길까지 올라갔지만 동네 주민들만 한 두명씩 오가고 있었다. 경춘선 숲길공원의 마지막 코스인 경춘철교 구간 역시 한적했다. 월계동과 공릉동을 가로질러 이동하려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원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공원이 생겨서 좋기는 한데, 상권이 형성되거나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상권만 보면 경춘선 숲길이 경의선 숲길에 비해 입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경의선 숲길공원은 이미 성숙한 신촌·홍대 상권과 인접해 있고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도 가깝다. 이 때문에 젊은층이 선호하는 식당과 카페 점포가 빨리 자리잡았고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공릉동 기존 상권인 도깨비시장. 방문객 대부분은 동네 주민들이다. /이지은 인턴기자


반면 경춘선 주변 공릉동은 ‘동네 주민 장사’ 위주인 공릉동 도깨비시장 먹자골목이 전부다. 광운대·서울여대 등이 인근에 있지만 학교에서 경춘선 숲길로 이어지는 동선(動線)이 형성되지 않아 젊은층 유입 효과는 다소 떨어진다.

이 지역은 고령층 인구 비율이 높다. 서울시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권이 위치한 공릉1동은 60대 이상이 18.7%로 가장 많고, 30대가 17%, 20대가 16.8%, 50대가 16.2%로 노년층 인구 비율이 높다. 공릉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권 모양새가 점점 나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경춘선 공원은 입지에 다소 한계가 있다”며 “경의선 공원처럼 기존 상권과 이어져 대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공릉역 일대 땅값 4~5년 새 2배 상승

경춘선 숲길공원 2단계 구간에 형성된 카페거리. /이지은 인턴기자


경춘선 숲길공원 인근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곳은 공릉역과 가까운 2단계 구간이다. 선로 주변에 상가 주택이 줄지어 들어섰고, 독특한 디자인의 작은 카페와 식당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입점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가게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카페 주인은 “철길이 조성된 이후 손님이 2~3배 정도 늘었다”며 “가족 손님도 늘고, 연인들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공릉동 카페 거리 일대는 과거 녹지로 묶여 있던 곳이 많았다. 이 지역의 땅값은 4~5년 전 3.3㎡당 1000만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2000만원대로 두배 가량 올랐다. 보증금과 월세도 강세다. 공릉동 카페거리 내 33㎡(10평 안팎)의 1층 점포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2500만원에 월세 80만~100만원 정도다.

경춘선 숲길공원 메인 도로에는 상가주택이, 골목에는 노후 주택과 빌라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지은 인턴기자


공릉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낡은 집을 헐고 상가를 신축하려는 수요도 있고, 기존 주택을 카페로 활용하려는 집 주인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릉동 카페거리는 아직 상권 형성 초기여서 경의선 상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경의선 숲길공원의 경우 핵심 지역은 상가 임대료가 33㎡ 점포 1층 기준으로 권리금 1억~1억5000만원에 보증금 4000만~5000만원, 월세 250만~300만원 안팎이다.

■상권보다 지역주민 ‘힐링’ 공간되나?

경춘철교 입구에 조성된 숲길에 주민들이 모여 장기, 바둑 등을 두고 있다. /이지은 인턴기자


경춘선 숲길은 경의선 숲길과 입지면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는 만큼, 서로 다른 성격의 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심과 다소 떨어져 있고, 외부의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릉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집값도 오르고, 상권도 형성돼 북적거리면 좋기야 하겠지만 모든 공원이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경춘선 숲길공원이 날씨 좋을 때 주민들이 산책하고, 거닐 수 있는 수준만 돼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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