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는 끝났다. 빚동산(빚많은 부동산)부터 다이어트해라.”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25% 인상했다. 6년5개월만이었다. 올해에도 1~2차례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2~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금리 인상 파고를 헤쳐나가려면 부동산 투자 패턴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리 오르면 보수적 투자 불가피해”
금리가 오르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악재다. 부동산은 대출을 끼고 사는게 일반적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투자시 금융비용이 늘어 수요를 위축시킨다.
그렇다면 금리 상승시 투자의 대원칙은 뭘까. 전문가들은 결국 대출을 줄이고 자기자본을 늘려 똘똘한 물건만 골라서 투자하는 보수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만 본다면 올해는 ‘슬림(slim)’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대출 비중을 낮추고 자기자본 비중을 높인 거래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올해는 금리 인상에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 같은 대출 규제를 감안해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한 전략보다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우량 물건을 찾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당분간 공격보다 수성(守城)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올해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아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 과열에 대해 계속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부동산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을지 등을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블루칩은 그래도 간다”
저금리와 정부 규제라는 협공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목해 볼 투자 대상은 있다. 우선 신규 아파트 중에서는 경기도 과천과 북위례(위례신도시 북부)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북위례에서는 6개 단지, 4000여가구가 신규 분양에 들어간다.
과천에선 과천주공 2·6·12단지 재건축 사업이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135만㎡)도 관심 대상이다. 김재언 컨설턴트는 “수도권 인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나오는 택지개발지구를 주목할만하다”며 “과천지식정보타운이 분양가 상한제로 싸게 나올 것 같고, 과천 재건축 단지나 북위례에도 청약통장을 써 볼만하다”고 했다.
서울 등 대도시 옛 도심에 추진되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도 눈겨여봐야 한다. 올해 재건축·재개발 신규 분양 물량은 전국 17만여가구, 수도권 12만여가구로 역대 가장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혼부부라면 정부가 올해부터 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청약도 꼭 넣어야 한다. 대부분 입지가 뛰어난 공공택지가 많이 포함돼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금리가 올라도 자기자본을 갖고 우량 물건에 투자하려는 패턴은 계속될 것”이라며 “1~2인 가구 증가에 맞춘 초역세권 인근 소형 아파트, 목좋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이에 속한다”고 했다.
■경매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도 관심
부동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법원 경매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틈새 종목으로 꼽힌다.
함영진 센터장은 “금리가 오르면 무리하게 대출받아 투자한 한계 차주가 늘어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이럴 때 매력적인 물건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원갑 위원은 “금리 인상기에 경매 시장을 들여다보는 건 교과서적인 투자 패턴이지만 아직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물 부동산의 리스크를 떠안기 싫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다면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에 눈을 돌린 것도 괜찮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부동산 펀드나 리츠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소액으로 장기간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일반인에게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부동산을 운용·개발해 수익을 돌려준다. 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발행하고 의결권이 없다. 반면,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발행되고 주식처럼 의결권을 준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는 이미 순자산 60조원을, 리츠는 자산규모 30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5년전 각각 19조여원, 9조여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커졌다.
박원갑 위원은 “부동산 펀드는 연 3%, 리츠는 연 5~6% 정도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주로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운영해왔지만 올해 리츠 중심으로 공모·상장 상품들이 대기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고 했다.
정부도 실물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의 공모·상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신한리츠운용은 판교 알파돔시티 오피스빌딩과 신한금융그룹 사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를 상장할 계획이다. 뉴코아아울렛에 투자하는 코람코자산신탁의 ‘E리츠코크렙’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올해 수익률이 좋은 해외 부동산 펀드나 일반인 접근이 쉬워지는 상장 리츠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