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는 초등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반대로 초등학교 신입생이 크게 늘어나는 학교들도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 증가는 젊은 인구의 유입이라는 면에서 주택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특히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인식되는 곳은 주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집값을 지속적으로 지탱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땅집고 취재팀이 서울교육청의 ‘학교 일람표’를 분석해 지난해 서울 초등학교 603곳의 신입생 수를 조사했다. 신입생이 가장 많이 늘어난 초등학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언북초등학교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신입생 증가 숫자는 각 학교의 2학년 학생 수 대비 1학년 학생수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인기 학교’ 신입생 늘어…1위는 서울 언북초
언북초는 지난해 2학년 학생 수 256명에서 1학년 학생 수 329명으로 1년만에 73명이 늘어나 서울 603개 초등학교 중에서 신입생 증가가 가장 컸다.
언북초는 강남구 삼성2동·청담동·논현2동(일부 지역) 학생들이 배정받는 학교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워낙 선호도가 높아 이 학교 입학을 위한 전입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최근 학교 증축을 통해 시설이 확충되면서 신입생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2위는 서울 구로구 천왕동 천왕초등학교와 강동구 묘곡초등학교로 각각 69명이 늘었다. 천왕초는 2학년 학생 수 288명에서 1학년 학생수 357명으로 신입생이 69명 증가했다.
천왕초는 구로구 천왕동과 오류동 일부 지역에서 배정받는다. 이 지역은 2011년부터 입주한 천왕동 ‘천왕이펜하우스’ 1~6단지 약 3500가구가 입주해 있다. 혁신초인 이 학교는 학생 만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아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묘곡초 역시 지난해 신입생이 273명으로 2학년 학생(204명) 대비 69명 늘었다. 이 학교의 경우 지난해 초 3658가구 규모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입주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신입생 증가 4위와 5위는 각각 동작구에 있는 보라매초등학교와 신상도초등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두 학교 모두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나 학구 조정 등의 원인이 없었는데도 신입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초는 2학년 267명에서 1학년 331명으로 64명이 늘었고, 동작구 상도동 신상도초는 2학년이 219명이었는데 1학년 학생이 280명으로 61명 증가했다.
■“아파트 많은 곳…중소형·전세에 영향”
서울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2013년 8만1300명에서 올해 7만7200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단 ‘황금 돼지띠(2007년생)’가 입학한 2014년과 ‘백호 띠(2010년생)’가 입학한 2017년에는 신입생이 반짝 증가하기도 했다. 출생자 자체가 감소하는데다 어린 학생을 둔 부모이 서울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신도시나 경기도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입생이 늘어난 초등학교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인구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경우다. ‘롯데캐슬골드파크’(1743가구)가 입주한 금천구 시흥동 금나래초등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별다른 인구 증가 요인이 없어도 주변에서 선호하는 학교로 꼽히면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 자녀를 둔 수요자들의 전입이 늘어난 경우다. 강남구 언북초와 구로구 천왕초, 동작구 신상도·보라매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통 등 생활 요건이 좋은 곳에 있으면서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신입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녀를 둔 젊은 주택 수요자들이 빌라나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학군은 집값과 전셋값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그 범위는 다르다. 고등학교는 학군이 속한 구(區) 전체 집값에 영향을 준다. 반면 초등학교의 경우 주변 동(洞) 지역에 국한돼 영향을 미친다. 또 고등학교 학군은 인기가 적어도 초등학교는 선호도 높은 지역도 있어 서울 전역에서 초등학교 학구 강세지역이 여러 곳에 걸쳐 나타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초등학교 입학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학교가 주거지 선택의 1순위”라며 “강남 3구가 아니어도 초등학교 평판이 좋은 곳에는 주택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은 주택 구입의 주 연령층이고, 특히 초등학교는 한번 정하면 6년간 이사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20평대 이하 중소형과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