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이) 단속으로 잡힐 거면 이미 예전에 잡혔겠지. 아직도 부동산 시장을 모르는 것 같아.”
정부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등을 대상으로 ‘최고 수준의 단속’에 나서 시장 과열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강남 집값이 고강도 단속이란 ‘망치질’만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경제 현안 간담회에서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과열 지역을 무기한 최고 강도로 단속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꺼내든 ‘무기한 총력전’을 표방한 단속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강남권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이유와 정부가 제시하는 해법이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을 4주 단위로 재산정해보면, 최근 한 달간(2017년 12월 18일~2018년 1월 8일)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는 1.88% 올라, ‘8·2 부동산 대책’ 이전 한 달간(2017년 7월 1~31일) 상승률(0.92%)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서울 전체는 각각 0.71%와 0.69%로 최근 들어 상승률이 줄어들었다. 8·2 대책 등 잇따른 규제 이후 강남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원인을 따져보면 불법 투기보다, 수요자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됨에 따라 자산가들은 기존에 보유한 매물을 내놓는 대신 버티기에 들어가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똘똘한’ 한 채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는데, 이런 아파트가 바로 강남권 단지들이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이달 말부터 강화되지만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들에겐 부담이 되지 않는다.
자산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도 강남 청약에 동참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문턱이 높아져 집 지을 땅이 없다시피 한 서울, 특히 강남권에선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공급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평균 1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오는 3월 분양하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가칭·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에도 이에 버금가는 청약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은 워낙 단기간 급등한 만큼 가만히 두면 오른 가격에 따른 피로감이 쌓여 차츰 진정되고 기존에 발표됐던 대책들의 효과도 함께 나타날 텐데, 이번에 정부가 또다시 나서면서 매물 찾기만 더 힘들어졌다”며 “자금출처 조사 등이 더해지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얼어붙을 수 있겠지만, 몇 개월 못 가 다시 또 들썩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4구의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전달보다 9.3포인트 오른 116.7을 기록했다. 이는 감정원이 해당 통계를 태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어서면 집을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주택 수요를 누를수록 수요가 더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수요만 억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공급을 확충하는 쪽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