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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55만명 눈물의 서울 엑소더스, 이유가…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01.12 06:30

“소문만 들었지, 실제 마곡지구 집값이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습니다. 그 동네 집사려면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고는 힘들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그나마 식사지구 정도라면 출퇴근도 괜찮을 듯하고, 대출도 적당히 받으면 될 것 같더라고요.”

중소기업 A사는 올 상반기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한다. 이 회사에 다니는 문모(37)씨는 지난해 말부터 마곡지구를 포함해 강서구 일대에서 거주할 아파트를 찾아보다가 ‘탈(脫) 서울’을 결심했다. 마곡지구 일대에선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7억원 이하인 매물을 찾기 힘들었다. 문씨는 결국 서울이 아닌 경기도 일산 식사2지구에서 GS건설이 분양한 일산자이2차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됐다.

이 아파트 입주 전까지는 가양동 기존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 계획이다. 문씨는 “서울을 떠나는 게 아쉽지만 부모님 도움없이 스스로 집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입주 무렵에 마곡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뚫린다는 얘기를 듣고 일산행을 선택했다”고 했다.

일산자이2차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는 고객들. /조선DB


■지난 4년간 서울 등진 30~40대가 55만명

서울 집값과 전세금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낀 30~40대들의 ‘서울 엑소더스’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30~49세 인구는 ▲2014년 13만8990명 ▲2015년 14만5356명 ▲2016년 14만8203명 ▲2017년 12만4125명(11월까지 누적)에 달한다. 최근 4년간 55만명, 한달 1만2000여명의 30~40대가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2165만원, 평균 전세금은 3.3㎡당 1391만원이다. 반면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1057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보다 낮다. 젊은층들이 서울 전세금을 빼 경기도에서 내집마련에 나서려는 이유다.

김은진 부동114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은 중소형 아파트 한채값이 5억원 넘는 곳이 많아 30~40대가 자력으로 내집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임금 상승 수준이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층의 탈 서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30~40대가 많이 이주한 화성 동탄2신도시. /조선DB


■동탄·하남미사·식사 등 교통 호재 많은 곳에 몰려

서울을 떠나는 30~40대들은 아무래도 직장 출퇴근을 감안해 서울 연계 교통망이 편리한 곳을 찾는다. 은퇴하거 직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집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기도행을 선택한 결과다.

30~40대가 인구가 급증한 지역은 화성·하남·김포시 등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2017년 화성시가 22만6716명에서 26만394명으로 3만3678명이 늘었다. 하남시는 5만4917명에서 7만8757명으로 2만3840명, 김포시는 12만2905명에서 13만6453명으로 1만3548명이 각각 증가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출한 30~40대 인구. /자료=통계청


이 지역들은 서울로 향하는 대중 교통망이 크게 개선됐거나 현재 추진 중이란 공통점이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는 고속철도(SRT)가 2016년 말 개통한데 이어 서울 강남·북 도심으로 연결되는 광역급행철도(GTX)도 개통할 예정이다. 하남 미사강변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올해 지하철 5호선 연장선과 김포도시철도가 뚫린다. 광교신도시 역시 신분당선 개통 이후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분양 시장도 경기도는 30~40대 위주로 재편

30~40대의 경기도행(行)이 대세를 이루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서울은 50~60대가 주력 고객층으로, 경기도에선 30~40대가 주력층으로 각각 자리잡았다.

대형 건설사의 분양담당 임원 A씨는 “서울에선 강북이라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격이 웬만하면 6억원을 넘어 30~40대가 청약할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며 “소형도 분양가 10억원 넘는 강남의 경우 부모 도움없이 청약할 수 있는 젊은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주력 소비층의 나이는 올라간다. 예를 들어 지난해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혈투(血鬪)를 벌였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평균 연령은 74세였다.

일산자이2차 아파트 당첨자 연령 분포. /GS건설 제공


반면, 경기도에선 30~40대가 단연 주력 고객이다. 지난해 말 분양한 일산자이 2차가 대표적. 당첨자 중 30대가 전체의 40%(319명), 40대가 26%(211명)로 70%에 육박했다.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14%, 8%에 불과했다.

정명기 GS건설 분양소장은 “일산자이 2차 분양 때 핵심 고객층을 ‘서울 출퇴근 30~40대’로 정하고 마케팅을 강화했다”며 “공사 중인 서울~문산 고속도로가 2020년 개통하면 마곡까지 20분내 도착한다는 점과 학군도 괜찮다는 점이 30~40대 고객층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젊은층이 모이는 지역이 집값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0~40대는 전 연령대에서 경제 활동이 활발하고 출산과 양육 등으로 소비도 가장 왕성한 세대”라며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경제활력도가 높고, 주택시장도 활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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