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다주택자가 지방의 집만 팔 경우 집값 급락 부작용 막기 위한 조치
무주택자가 분양권 1개만 소유땐 조정대상지역도 종전 양도세율로
분양권 양도세 인상 정부 발표 믿고 연말 급처분한 경우 상대적 박탈감
정부가 오는 4월부터 다(多)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제를 도입하면서 지방 '중소도시' 저가(低價) 주택은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여부를 판단하는 주택 수에 이들을 포함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제외 기준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세종시 이외 지역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이다. 또 무주택자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시행하는 분양권 양도세 인상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세법(稅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8일 입법예고한다. 지방 집값 폭락을 막고, 실수요자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과 더불어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방 저가 주택은 제외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가 서울 25개구 등 전국 40곳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 때에는 양도세를 더 내게 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인정해 주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양도세는 2주택 보유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 가산한다.
그런데 기재부가 8일 입법예고하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다주택자라도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를 위한 주택 수 산정에서 빠진다. 지방 중소 도시·군 지역에 집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는 의미다. 특히 '2주택자'는 이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된 주택이나 혼인 합가(合家) 등에 따른 예외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런 보완책을 내놓은 이유는 지방 집값 급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올 3월까지 서울 등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지역 집은 남겨두고 지방 소도시 주택만 내다 팔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주택 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양지영R&C연구소' 양지영 소장은 "지방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을 막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단기간 급락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량 입주로 가격 하락이 시작된 수도권 일부 지역이나, 광역시 중에서 조선업 침체로 집값이 크게 떨어진 울산은 이번 예외 규정에서 빠져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주택자 분양권 양도세 종전대로
정부가 집값 과열의 한 축으로 지목해 이달부터 양도세를 일괄 50%로 인상해놓은 조정대상지역 분양권도 무주택자는 종전 양도세율로 팔 수 있다. 다만 무주택자라도 매각하는 분양권 외에 다른 분양권이 없어야 하고, 30세 이상이어야 한다. 30세 미만인 경우 기혼자만 대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실수요자 거래는 가급적 규제하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며, 이는 8·2 대책 당시에 이미 밝혔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가계 부채와 입주 물량,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시장 악재를 감안, 다주택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너무 몰아가지 않으려고 '퇴로'를 열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자가 부득이하게 분양권을 전매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다고 예외를 만들어 줬는지 모르겠다"며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 무주택자들이 이미 과열인 인기 지역 청약에 대거 뛰어들면서 이들 지역 열기가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일관성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분양권 양도세는 정부가 작년 8월부터 예고한 상태라 작년 말 서둘러 분양권을 매도한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 사람들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