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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키운다" 큰손들 몰려드는 판교

뉴스 이상빈 기자
입력 2018.01.08 06:31 수정 2018.08.08 18:44

지난달 28일 오후 6시 30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복판의 지하철 판교역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신분당선(강남~광교)과 경강선(판교~여주) 환승이 가능한 판교역은 신도시 내 유일한 지하철역이다. 이 때문에 NHN·카카오·넥슨 등 역 주변 대형 IT(정보기술) 업체에서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혼잡이 극심하다. 실제 판교역 인근 테크노밸리에만 1300여개 업체, 7만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한다.

판교신도시 삼평동 봇들공원 쪽에서 바라본 판교테크노밸리 야경. /조선DB


판교역은 하루 이용객만 6만명을 넘는데, 갈수록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혼잡도가 높아지고 있다.
IT업체에 근무한다는 김모(28)씨는 “지하철로 판교까지 20~30분이면 도착하는 분당,용인,광주,수원에 집을 얻은 동료들이 많다”면서 “서울 강남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아 갈수록 지하철이 붐빈다”고 했다.

판교신도시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주목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꺾일 줄 모른다. 이유는 두 가지다. 돈과 사람이다. 실제 각종 인프라와 개발 호재가 끊이지 않는데다 기업과 인구 역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2테크노밸리에 이어 제3테크노밸리 개발이 확정됐고, 골칫덩이였던 알파돔시티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주변에 성남 고등지구·대장지구 등 택지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판교는 올해 서울 용산과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할 ‘빅2’ 유망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개발 지도 확장되는 판교…큰손도 몰려

판교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주변 자연 환경도 좋아 진작부터 확장성이 높았던 곳으로 꼽혔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판교를 한국 경제의 신성장 중심지로 육성할 방침을 밝히면서 각종 개발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작년 말 첫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43만㎡)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것. 정부는 1400여개의 스타트업을 저렴한 임대료에 입주시켜 ‘벤처기업의 메카’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당초 500개사에서 1400개사로 3배 가까이 규모를 키웠다.

판교신도시 인근에 들어서는 판교제1,2,3테크노밸리 위치. /조선DB


이어 경기도는 판교2밸리 인근 성남시 금토동 일대 58만㎡에 제3판교테크노밸리(판교 3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판교3밸리는 핀테크·블록체인 등 첨단·금융산업 관련기업 500여개와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맞춤형 공동주택 3300가구를 우선 공급해 주거와 일자리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2020년 공사를 시작해 2022년 말 준공한다.

정부가 판교밸리 육성 방침을 내놓자 마자, 대기업들도 판교 개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알파돔시티가 대표적. 2007년 말 시작됐던 알파돔시티는 판교역 인근 알짜배기 토지 13만8000㎡에 상업·업무·주거가 결합된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가 5조원 이상 투입돼야 하는데 10년 넘게 자금 부족 등으로 표류했지만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판교역 인근 알파돔시티. 알파돔 시티 6-3구역과 6-4구역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행정공제회가 소유한 오피스 빌딩이 건설 중이다. 앞으로 보이는 공터는 6-1구역과 6-2구역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 /이상빈 기자


가장 먼저 뛰어든 기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행정공제회와 함께 판교역 북쪽 6-1, 6-2구역에 약 1조8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연면적 약 33만㎡짜리 복합시설을 개발하기로 했다. 40개 기업, 1만3000명을 수용하는 4차산업 클러스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행정공제회가 소유한 6-3구역 판교POBA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6-4구역 오피스 빌딩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리츠운용이 컨소시엄을 이뤄 매입했다. 내년 3월 건물이 준공되면 투자금 일부를 상장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형태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모집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7-2블록) 서쪽에 있는 7-1구역과 주차장으로 쓰는 17구역은 마스턴투자운용이 3300억원에 매입해 오피스텔과 상업시설로 개발한다. SK 디앤디와 이지스자산운용, 신세계조선호텔 등도 컨소시엄을 꾸려 7-3구역을 인수해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판교 알파돔시티의 블록별 위치.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거침없는 판교 집값, 분당·수원·광주도 ‘곁불효과’

판교는 지난해 ‘9·5부동산 대책’에서 대구 수성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하지만 판교 집값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기준 분당과 판교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4.6%)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 3구 상승률(강남 4.9%, 서초, 4.2%, 송파 4.6%)마저 뛰어넘는 수치다.

개별 단지로 보면 경부고속도로 동쪽의 동판교 일대 가격 상승 폭이 컸다. 판교역 인근 삼평동 봇들마을8단지 아파트 84.5㎡(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1월 11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6개월만에 2억원이 올랐다.

판교역 인근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판교는 기업들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올랐다”며 “최근 판교역과 맞닿은 아파트는 모두 10억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지난해 판교 원마을 9단지와 산운마을 13단지 아파트 시세변동 추이. /KB부동산 제공


경부고속도로 서쪽인 서판교 집값도 동반 상승세다. 북쪽으로 판교 2·3밸리가 조성되고, 서판교 대장지구와 동판교를 직선으로 잇는 ‘서판교 터널(가칭)’ 건설이 호재가 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판교에 있는 판교원마을 9단지 71.84㎡는 지난해 1월 6억6000만원에서 12월 7억6000만원으로 시세가 올랐다. 운중동 산운마을13단지 84.92㎡는 같은 기간 6억8000만원에서 7억85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올랐다.

경강선 경기광주역에서 바라본 광주시내 모습. 광주시는 내년까지 광주역세권 49만㎡ 부지를 상업·산업·주거용지 등을 갖추도록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이상빈 기자


판교 개발이 뜨거워지면서 주변 지역도 ‘곁불 효과’를 누리고 있다. 판교 접근성이 뛰어난 분당신도시와, 광교신도시, 경기 광주시 등이 수혜를 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 매매가는 각종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난해 3~4분기에도 각각 3.51%, 1.08% 올랐다. 광교신도시도 3분기엔 0.9% 오르는데 그쳤지만, 판교밸리 확장 소식이 발표된 4분기에는 1.92% 상승하며 판교(1.94%) 못지 않게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경강선 개통으로 판교로 가기 편리해진 광주는 광주역 중심으로 개통 효과를 누리고 있다. 광주역 인근 ‘e편한세상광주역’ 3단지 84㎡는 2014년 기준 3억원 초반대에 분양됐지만 지난해 4억2900만원에 거래돼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광주시는 판교밸리에 넘쳐나는 업무·주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광주역과 곤지암역에 역세권 도시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5~2017년 분기별 분당·판교·광교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부동산114 제공


판교 주변에는 신규 택지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판교 북쪽 성남시 고등지구(56만9000㎡)에는 아파트 4092가구가 들어선다.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판교 남쪽의 ‘미니신도시’인 대장지구(91만2255㎡)도 올해 아파트 공급에 들어간다. 정부는 지난 11월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 금토동에 신혼희망타운 등 3400여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수석컨설턴트는 “기업이 몰려 생산 능력과 상주 인구가 늘면서 판교 생활권 자체가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면서 “판교의 확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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