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쏟아지는 평택·동탄 급매물 속출… 수도권 양극화 심화]
경기 남부권 매매·전세 동반하락
계약금만 들고 아파트 산 사람들 세입자 못구해 분양가보다 값 낮춰
강남구 아파트값 0.98% 올라… 주간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
송파, 1주일새 호가 1억 뛴 곳도
5일 오후 찾은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H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14곳은 한산했다.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된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일부 중개업소 입구엔 '마이너스 피(프리미엄·웃돈) 있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2년여 전 분양가가 3억2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 시세는 2억8000만원 선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금만 들고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전세 세입자를 못 구하자 가격을 대폭 낮춘 급매물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는 이날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前週) 대비 0.33% 올라 1월 첫째 주 상승률로는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송파구 송파동 '가락삼익맨숀' 전용 151㎡는 1주일 전보다 호가(呼價)가 1억원 뛰었다"고 했다.
서울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상 과열 조짐이 나타나지만, 경기 남부권 등은 '공급 과잉' 여파로 매매·전세 시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역(逆)전세난'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서울 좋은 입지의 '똘똘한 아파트'로만 수요가 몰리면서 수도권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평택·동탄, 분양가보다 싼'급매물'많아
공급 과잉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평택과 용인,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 등이다. 동탄신도시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는 2016년 7811가구에서 지난해 1만2708가구로 63% 늘었는데, 올해는 작년의 2배 수준인 2만2431가구가 대기 중이다. 평택도 내년까지 아파트 2만4000여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집값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한국감정원 주간 조사에서 용인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2주 연속, 평택은 10월 말부터 10주 연속 아파트값이 내리거나 보합이었다. 1월 첫째 주 조사에서 평택 아파트 전세금은 0.35%, 화성 전세 시세는 0.25%씩 각각 내렸다. 수도권 평균 하락률(0.04%)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평택 동삭동 H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상반기 2억2000만원이던 전세금이 최근 1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못 구해 수천만원 손해를 감수하고 집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지 S부동산 관계자는 "집값 상승을 점치고 어머니, 여동생 등 명의로 총 5채를 계약한 사람이 있었는데, 자금 압박 때문에 집을 다 내놨다"고 말했다. 임우성 대박공인 대표는 "평택, 동탄 등에 새 아파트가 봇물처럼 쏟아진다는 것을 아는 매수자나 전세 수요자들은 팔짱 끼고 가격이 더 내리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선 "물건만 나오면 산다"
서울 강남권은 정반대 상황이다. 이달 1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강남구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98% 올랐다. 한국감정원이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 역대 최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대치동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아파트 단지에선 '물건만 나오면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12월 초 19억5000만원에 팔렸고, 열흘 뒤엔 7층 매물이 20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5~6월 16억원대에 거래된 아파트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 규제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다. 다주택자 압박에 수도권 비인기 지역이나 지방의 주택은 처분하고, 서울 강남권에 투자하는 수요가 집중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도 최근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에 대해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 이후 매물 감소를 우려하는 수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호재가 없는 지역은 주택 처분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