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고 집값 약세 보이는 지방 주택시장 타격 입을수도
내년 한 해 동안 입주하는 새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44만 가구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역에 따라 '역(逆)전세난'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입주 아파트는 총 43만9611가구로 올해(38만3820가구)보다 14.5%(5만5791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입주가 가장 많았던 1997년(43만2128가구) 이후 연간 입주 아파트가 40만 가구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택 200만 가구 건설 계획에 따라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가 입주한 1990년대에도 단 4차례만 40만 가구를 넘었을 뿐이다. 수도권에는 올해(17만4385가구)보다 24% 늘어난 21만6884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경기도에만 새 아파트 16만1992가구가 입주자를 맞는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경남이 3만9815가구로 가장 많다. 부산, 경북, 충남, 충북도 2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준공 예정이다. 동계올림픽 계기로 주택 공급이 활발했던 강원도는 올해 입주 물량(5959가구)의 3배에 육박하는 1만6542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물량 공세에 따른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주택 수요가 없는 비인기 지역에서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나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지방 주택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입주 물량 증가는 집값 하락과 청약시장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건설사들은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잔금 확보를 위한 입주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무주택자 등 내 집 마련 수요자는 잔금을 내지 못해 나오는 급전세,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