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캥거루족 늘고 공급 적어… 중대형이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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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26 19:34

중소형 아파트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중대형 아파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최근 몇 년간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분양되면서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의 약 90%가 전용 85㎡ 이하였다.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새로 분양한 일부 단지에선 대형 평형의 청약경쟁률이 소형 아파트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중대형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도 중소형을 따라잡았다.

조선DB

◇중소형보다 몸값 뛰는 중대형 아파트
삼성물산이 지난 10월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서 분양한 ‘래미안DMC루센티아’는 전용면적 114㎡가 32대1로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금껏 청약시장에서 ‘대세’로 통하던 전용 84㎡는 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GS건설이 지난달 부산 수영구에서 분양한 ‘광안자이’도 전용 100㎡가 186대1의 청약 수요가 몰렸고, 대구 북구에 공급된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숲’ 역시 전용 115㎡가 205대1로 전용 59㎡(118대1)보다 인기였다.

그동안 ‘큰 집은 인기가 없어 집값이 안 오른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중소형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전국 중소형(40~62.8㎡) 아파트 매매가격은 3년 전보다 8% 올랐고, 중대형(95.9~130㎡)은 6.5%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집값 상승률을 비교하면 중대형 아파트 상승률(1.6%)이 오히려 중소형(1%)보다 높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김지연 실장은 “집값이 덜 오르던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1년엔 희소성을 인정받으면서 중소형 못지않게 매매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의 몸값이 올라갔다. 법원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용 85㎡ 이상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3.7%로 전용 85㎡ 미만 중소형 면적의 낙찰가율(101.9%)보다 높았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전용 115㎡는 첫 입찰에서 감정가(9억3000만원)의 151%인 14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창동 지지옥션 책임연구원은 “최근 두 달 사이 낙찰된 서울 아파트 중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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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희소성이 끌어올린 몸값
바뀐 부동산 정책도 중대형 아파트 수요를 이끌고 있다. 지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전용 85㎡ 이하의 경우 가점제로 분양하기 때문에 ‘점수’가 부족한 수요자는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중대형 아파트(전용 85㎡ 초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선 나중에 ‘1+1’ 방식으로 소형 아파트까지 분양받을 수 있는 대형 평형에 투자하기도 한다.

육아 등의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늘고, 세대 구분 아파트가 주택시장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도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에 한몫을 거들었다. 세대 구분이란 대형 아파트 내부를 고쳐 큰 집과 작은 집 2채로 나누는 것이다. 통상 큰 집엔 소유주가 살고, 작은 집은 세를 놓아 월세 수익을 올린다. 실제로 조선일보 부동산 플랫폼 ‘땅집고’와 얼론투게더가 지난 10월 말 시작한 ‘투-하우스’ 사업은 두 달 만에 2000건이 넘는 상담 신청이 몰렸다. 일부 건설사는 처음부터 아파트 현관을 2개로 만든 세대 구분형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중소형 아파트 값이 급등해 중대형과 큰 차이가 안 나는 지역에선 ‘같은 값이면 큰 집에서 여유롭게 살겠다’는 사람도 많다”면서 “하지만 전용 200㎡(약 60평대) 같은 대형 아파트는 전·월세 세입자를 찾거나 매매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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