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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 손대자… '교육특구' 전세가 요동쳤다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7.12.24 23:58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학생 선발 우선권 폐지 방침에 명문 일반고 선호현상 더 커져
강남·목동 전세 한달새 1억 뛰어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권모(45)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급등한 시세에 깜짝 놀랐다. 전용면적 84㎡ 전세 시세가 13억5000만원 정도였고, 14억원짜리도 있었다. 권씨는 "아이의 고교 진학을 대비해 이사를 고민했는데 1~2개월 전보다 호가(呼價)가 1억원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강남 3구와 양천구 목동 일대를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학군(學群)이 좋고 학원가가 잘 형성돼 흔히 '교육 특구'로 불리는 곳이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때에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생 선발 '우선권'을 폐지하기로 한 정부의 교육제도 개편 방향이 발표되며 전세 시장이 불안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외고 입시 개편… 전세 시장 들썩

교육부는 지난달 2일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 중3 수험생은 자사고나 외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나중에 자사고·외고에 지원하지 않은 수험생과 똑같은 조건에서 일반고 입시에 응시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고나 외고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은 미달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추가 모집에 재(再)지원하거나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한 일반고에 임의 배정된다. 통학 거리가 멀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고교에 배정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밝힌 11월 초부터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양천구 등에서 전세 시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양천구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한 달간 0.53% 올라 서울 25개 구(區)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구가 0.42%로 2위였고, 강남구도 0.37%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은 0.14%였고,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0.03% 내렸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호재도 있지만, 최근 목동 전세금 상승은 학군 특수도 한몫 거들었다"면서 "자사고나 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원치 않는 학교에 배정될 바에야 애초에 괜찮은 일반고에 지원하려는 학부모가 전세 수요로 가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군 특수' 한 달 만에 전세금 1억원 올라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양천구 아파트 전세금은 1주일 전보다 0.15% 올랐고, 강남구는 0.12% 상승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 0.04%의 3~4배다. "자사고·외고 입시 개편으로 '강남 8학군'처럼 우수한 명문 일반고에 지원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전세금 시세 상승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일대 아파트라도 단대부고, 중대부고, 숙명여고 등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일반고 주변 아파트 단지 시세가 특히 강세"라고 말했다.

개별 단지 전세금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용 95㎡ 전세 실거래가는 11월 초 6억1000만원이던 것이 이달 중순 3층 매물이 7억원에 계약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 97㎡는 11월 초 10억6000만~10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2월 들어 12억원에 전세가 나갔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도 이달 중순 18층 전세 매물이 9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똘똘한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으로 우수 학군으로 평가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매매·전세 모두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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