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책 미흡해 실효성 논란]
'공시지가 6억원 미만' 세금혜택, 8년 임대사업도 선택할지 의문
다주택자 똘똘한 한 채 남기고 수도권 외곽·지방 주택 팔 듯
서울 아파트 값은 오히려 뛰고 지방 매매가·전세금 하락 우려
지난 13일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강남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집이 여러 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의가 쏟아지다가 최근 뚝 끊겼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임대사업자 등록의 혜택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은마아파트 같은 재건축 아파트는 1년에 3억원씩 올랐다"며 " '버티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8년 이상 임대사업을 해야 혜택을 준다는데 '그사이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는 말도 나돈다"고 말했다.
심지어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에 대한 편법 대응책이 거론되고 있다. 예컨대 세입자 재계약 요구를 4~8년 동안 거절할 수 없고, 임대료는 연 5% 이상 증액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고 "처음 계약할 때 '매년 임대료는 5%씩 의무 인상한다'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는 말도 나온다. 전세 아파트가 많아 세입자가 우위인 경우 불가능하지만, 전세가 귀한 지역에서는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유인책이 별로 없어 실효성이 적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값은 오르고 지방은 하락하는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임대사업등록 유인책 미흡
국내 주택 중 전·월세 등을 포함한 임대주택은 모두 595만 가구. 이 중 79만 가구만 임대사업자 소유로 등록된 상태다. 이를 갖고 있는 사업자 수는 20만2000명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을 확대해 사업자 등록을 유도한 뒤 '준공공임대주택'처럼 관리하겠다는 게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의 목표다.
그러나 세금 감면 등 정책의 주요 혜택이 8년 임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8년 동안 주택을 사고팔 수 없고, 무단 매각하면 최대 1000만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며 "집 값이 올랐을 때 팔아 시세 차익을 얻을 생각을 가진 집주인은 혜택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종합부동산세 감면 요건이 '공시지가 6억원 미만,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으로 과거와 똑같이 결정된 것도 결정적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7000만원이기 때문에 정부가 겨냥했던 '강남 다주택자'들은 이번 대책과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 양극화 심화 우려
대책이 서울과 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최근 한 달간 서울 집 값은 매주 평균 0.2%씩 올랐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집 값은 같은 기간 매주 평균 0.04%씩 하락했다. 세종·부산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의 하락 폭은 더 크다. 다주택자가 집을 판다면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서울 주택은 남기고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주택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3년간 여러 채 주택을 산 사람들은 전·월세 수익보다 집 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보고 투자한 경우가 많다"며 "이미 하락세를 보이는 지방에서 다주택자 물량까지 쏟아져 나오면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지방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 강제·보유세 인상 등 추가 규제를 꺼낼 경우 지방에선 손해를 무릅쓰고 물건을 싸게 처분하는 투매(投賣)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해 더욱 더 강한 채찍을 휘두를 경우 지방 아파트 시장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이 하락하고 마분양 물량 증가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