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천시 서구 석남역을 빠져나와 대로변으로 나오자, 지하철 공사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부평구청역에서 끝나는 서울지하철 7호선을 인천지하철 2호선 석남역까지 연장하는 공사다. 이 사업은 인천 서북부 주민들에겐 최대의 숙원 사업이다. 이미 토목 공정률은 50% 이상 진행됐다. 내년 11월까지 토목 공사가 끝나면 2020년 8월 개통에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주민 김모씨는 “지금은 주안역까지 가서 환승해야 하는데, 7호선이 뚫리면 석남역에서 곧장 서울로 들어갈 수 있어 훨씬 편리해질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지하철이 없던 산곡동에는 백마장사거리역(가칭)이 생기면 지역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인천의 대표적 낙후지역로 꼽히던 산곡동과 석남동 등 서북부 지역에 최근 생기가 돌고 있다. 7호선 연장 개통과 경인고속도로 주변 개발, 재개발 사업 등이 맞물리면서 모처럼 지역 개발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산곡동과 석남동 일대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외지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 연장에 재개발도 활기 띠는 산곡동
7호선 연장으로 가장 수혜가 기대되는 지역은 산곡동. 현재 지하철역이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7호선 공사가 시작된 2014년 10월만 해도 산곡동의 아파트값은 3.3㎡당 737만원이었다. 현재는 880만원으로 3년간 143만원(19.4%) 올랐다. 집값 변동률 역시 착공 직후인 2015년 7.49%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각각 6.02%, 3.72%를 기록해 3년간 누적으로 18.19% 상승했다.
산곡동은 인근에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여러 산업단지들을 낀 전형적인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로 꼽힌다. 산단 직원들의 거주 수요가 있어 산곡동엔 대단지 아파트가 여럿 들어서 있다. 지하철역이 예정된 백마장사거리엔 상권도 제법 탄탄하다. 7호선·인천1호선 환승역인 부평구청역도 가깝다.
단지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생기는 부평산곡푸르지오(765가구)는 집값이 고공비행 중이다. 전용 84.37㎡의 경우 최근 7개월간 실거래가격이 약 4000만원 올랐다. 지난 3월 4억3300만원(15층)에서 올 10월 4억7800만원(15층)까지 뛰었다.
이 아파트는 최근 품귀현상도 빚고 있다. 산곡동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7호선이 개통하면 한 차례 더 뛸 것이라고 생각해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며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큰 편이 아니어서 갭(gap)투자 수요도 많은데 매물이 안 나와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산곡동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78% 수준이다.
역시 지하철역 인근에 짓고 있는 부평아이파크 아파트(아파트 256가구, 오피스텔 175실)는 아직 전매(轉賣) 제한 기간인데도 분양권을 구입하려는 대기자들이 넘친다. 산곡동 B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매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매수 의사를 밝힌 분들은 69㎡의 경우 1000만원 정도, 84㎡의 경우 1500만~2000만원 정도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겠다고 한다"며 "분양권 소유자들은 가격을 더 높게 부르려고 한다"고 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69㎡가 3억5100만~3억8500만원, 84㎡는 4억700만~4억3700만원이었다.
재개발 사업도 산곡동 부동산 가격 오름세에 한몫하고 있다. 산곡동 C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7호선 개통 뿐만 아니라 최근 이주 중인 산곡2-2구역 재개발 역시 산곡동 집값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이주를 시작한 2-2구역은 현재 주민 이주율이 86%다. 바로 옆 2-1구역도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곧 주민 이주가 진행된다.
■아직은 살기 힘든 석남동…미래 가치에 '베팅'
석남동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석남역이 인천지하철 2호선 단일노선에서 7호선 환승역이 되는데다, 방음벽에 둘러싸여 미관을 해치던 경인고속도로가 일반도로로 변경되는 호재가 겹친 덕분이다.
산곡동과 인천북항 사이에 있는 석남동은 서쪽엔 전자제품·금속 등 각종 제조업 단지와 목재가공단지가 조성돼 있다. 동쪽은 주거단지다. 석남역 동쪽엔 영세 다가구주택이 밀집해 있다. 한때 서구에서 석남동이 국민기초수급대상자 최다 거주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석남역 서쪽엔 아파트촌과 상권이 혼재돼 있다. 이 상권에는 성인노래방·마사지샵·유흥주점 등이 많아 쾌적한 주거 환경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런 사정으로 석남동의 아파트 가격은 오랫동안 정체 상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석남동 아파트 매매가는 2015년 2.98% 상승했지만 지난해엔 상승률이 제로(0)였다. 올해 역시 0.86% 오르는데 그쳤다. 석남동 D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석남동은 호재가 많은데 비하면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오히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아파트 거래량은 산곡동이 포함된 부평구보다 석남동이 있는 서구가 더 많다. 온나라부동산포탈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서구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191건, 1만278건, 1만541건, 1만826건 등 꾸준히 1만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부평구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14년 1만1055건, 2015년 1만1687건에서 지난해 8884건, 올해 현재까지 6286건으로 감소 추세다.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석남동을 찾는 투자자들은 결국 석남동의 미래 주거환경 개선에 따른 가치 상승을 보고 베팅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인천시는 내년부터 5년간 1조원을 들여 추진하는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서구 석남동이 포함됐다. 인천시는 석남동 '흉물'로 꼽히던 경인고속도로 방호벽을 허물고 녹지와 문화시설, 상가, 산업단지 등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