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과감한 문양, 화려한 색채…미니멀리즘에 반기 든 아르데코

뉴스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
입력 2017.12.15 06:45

인류 역사와 함께한 나무는 가구 재료로 나날이 주목받고 있다. 특유의 친근함과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목가구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다음 세대에 대물림할 만큼 정이 든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와 함께 목가구가 우리 삶의 안식처로 자리잡기까지 거쳐온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정은미의 木가구 에피소드] ⑩ 가구, 장식으로 회귀하다

장식(裝飾)은 사람만이 가진 특권적인 행위 중 하나다. 문양과 색상, 질감 등의 결합은 가구에 예술적 깊이와 풍부함을 더해 준다. 사람들은 1990년대 이후부터 강세를 보이던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다 화려한 것에 대한 동경을 가졌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체적인 가구의 외형을 단순하게 하는 대신 겉으로 나타나는 시각적인 효과에 주안점을 두는 디자인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과거 1920~1940년대초까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행한 아르데코(Art Deco) 경향을 연상케한다. 아르데코는 모더니즘과 장식 미술을 결합한 감각적인 디자인 양식으로 실용 미술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끼쳤다.

■장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아르데코

20세기 초 유럽의 디자인은 대부분 순수하고 장식이 없는 기능주의적 형태를 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아르데코 양식은 기능적일뿐만 아니라 장식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아르 데코라는 용어는 1925년 열렸던 파리장식예술박람회(Exposition des Arts Decoratifs)에서 유래했다. 18세기의 고전적인 디자인 원형을 단순화한 형태에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을 표면에 장식했다. 소재에 있어서는 흑단, 가죽, 상아 등 값비싼 이국적인 소재를 사용했고 점차적으로 신소재인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도 받아들였다.

아르데코 양식은 20세기 초의 흐름에 있었던 기능주의 뿐만 아니라 동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유럽 외 다른 문화권의 영향도 광범위하게 받았다. 그 중 1922년에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가 이집트 테베(Thebes)에서 발굴한 소년왕 투탕카멘(Tutankhamun) 무덤의 황금부장품은 고대 문명에 대한 열풍과 함께 고대 색채의 부활을 가져왔다. 아르데코는 1920~30년대까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건축, 패션, 액세서리 등 실용 미술 전 분야에 걸친 대량 생산 제품에 적용됐다.

'투탕카멘'의 왕좌.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굴된 의자. 전체적으로 금박을 입힌 나무뼈대에 주황색 색유리, 파란색 파이앙스, 방해석 등 준보석등으로 상감세공했다. 어린왕과 왕비 커플의 일상모습이 채색부조로 등받이에 장식되어 있다. 발받침대와 한세트로 구성되었다.


미국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 윌리엄 밴 앨런이 설계하고 1930년 완공된 아르데코의 상징적인 건축물. 기하학적인 크라운(Crown)문양이 특징적이며 표면은 금속을 입혔다. /ⓒwww.wikipedia.org


■절제의 美…소재와 기법은 화려해

아르데코 가구의 외형은 아르누보의 과장된 장식들에 비해서는 절제되고 단순화한 형상을 보였지만 소재와 기법 만큼은 어느 양식보다도 화려함을 자랑했다. 아르데코 가구는 크게 이국적이고 동양적 양식을 받아들인 ‘초기’와 기능주의의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인 ‘후기’로 나뉜다.

1920년대 초기의 가구는 루이 16세 시대의 순수한 형태와 세련됨을 계승했으며 이국적이고 값비싼 수입 재료들로 이뤄졌다. 흑단이나 엠보이나 지브라우드, 마호가니, 바이올렛 우드와 같은 독특한 문양과 색감을 자랑하는 수입 목재를 사용했다. 디자이너들은 희귀한 목재의 바탕을 파내고 상아, 진주 등을 박아 넣는 상감(Intarsia)기법 또는 각각의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조합해 붙이는 마케트리(Marquetry) 기법으로 문양을 표현했다.

동양의 옻칠을 배우고 또한 독자적인 칠(Lacquer)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르데코 가구의 조형미를 더욱 우아하게 살렸다. 또 투탕카멘의 발굴로 인해 주목받은 신(新)이집트 풍은 화려한 장식의 가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금박, 은박으로 치장한 가구, 황금색, 청록색, 오렌지색, 복숭아색과 같은 화사한 색상의 가구를 탄생시켰다. 1930년대 아르데코 후기 양식에서는 부드러운 곡선 가구와 금속과 대리석, 플라스틱, 유리 등 모던한 재질을 도입해 미래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에타(Eta)'장식장. 아르데코의 대표적 디자이너인 에밀 자크 룰만(Emile Jacques Ruhlmann)은 18세기 후반의 신고전주의 양식을 단순화한 가구에 기하학적인 다이아몬드 문양 또는 이국적인 꽃 문양을 마케트리 기법으로 정교하고 화려하게 장식했다. /ⓒwww.wikipedia.org


간결한 형태에 금속과 유리 등 모던한 재료를 사용한 후기 아르데코의 경향을 보여주는 쥘 룰루(Jules Leleu)의 가구. /ⓒwww.wikipedia.org


■과감한 장식 기법을 선보인 주인공들

2012년 마씨모 모로찌(Massimo Morozzi)는 한동안 잊었던 장미목을 사용해 장식장 컬렉션 ‘브와 드 로즈(Bois de rose)’를 제작했다. 프랑스에서 ‘브와 드 로즈’라 불리는 장미목은 황색 바탕에 연갈색 또는 분홍색이 감도는 줄무늬가 매혹적이어서 프랑스 루이 15·16세 때의 가구와 18세기의 영국 고전 가구에 애용됐고 특히 마케트리 용도로 많이 사용됐다. 마씨모 모로찌는 전통적인 장식장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문양을 수직 혹은 사선으로 기울여 구성함으로써 기존의 기법을 재해석했다. 문양의 흐름을 방해하는 손잡이 대신 피아노 페달로 문을 여는 발상이 참신하다.

마씨모 모로찌의 '브와 드 로즈' 장식장 컬렉션 중 하나인 '랜덤(Random)'. /ⓒEdra / www.edra.com


그동안 파격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던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욥(STUDIO JOB)은 2008년 ‘바바리아 마케트리 컬렉션(Bavaria Marquetry Collection)’을 선보였다. 17~18세기 독일의 바바리아 지역의 전원풍 핸드 페인팅 가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골 농장 모티프로 재해석한 문양을 인도산 장미목과 17가지 색상으로 염색된 무늬목을 사용해 마케트리 기법으로 표현했다. 완벽한 표면 처리를 위해 레이저 컷팅 기술도 접목했다. 벤치, 장식장, 테이블, 거울, 스크린의 다섯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각각 여섯개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산됐다.

스튜디오 욥의 '바바리아(Bavaria)' 컬렉션 중 장식장. /ⓒOnce Upon a Chair, Gestalten 2012 / www.gestalten.com


'크레덴자(Credenza)'. 이탈리아어로 '찬장'을 의미한다. 2016년 스페인의 패트리샤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와 이탈리아 그래픽 디자이너 페데리코 페페(Federico Pepe)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트컬렉션이다. /ⓒEditions Milano / www.editionsmilano.com


정은미 상명대학교 겸임교수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는 상명대에서 목공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아카데미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목조형 작품인 얼레빗 벤치 ‘여인의 향기’가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됐다. ‘정은미의 목조형 가구여행기’와 ‘나무로 쓰는 가구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리빙오브제(LIVING OBJET)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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