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등록 활성화案 발표]
등록하면 임대료 인상 제한되고 원하는 때에 팔기도 어려워
정부는 버티면 강제 등록 검토… 국토부 장관, 보유세까지 거론
정부가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본격적인 다(多)주택자 압박에 들어갔다. 13일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다주택자를 향한 '당근과 채찍'을 모두 담았다. 정부 관리하에 들어오는 다주택자에게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깎아주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계속 버티면 강제 등록까지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도 포함했다.
다주택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고, 원하는 시점에 팔기도 어렵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처음으로 '보유세'를 직접 거론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내년 4월로 예정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주요 혜택은 '8년 임대'에 집중
김현미 장관은 이날 "우리나라 세입자는 전·월세 난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 등록 활성화 방안도 '상생(相生)'을 제목에 내걸었지만, 실제 내용은 '집주인 혜택'보다는 '세입자 보호'에 방점이 찍혔다. 집주인 입장에서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소득세와 양도세, 건강보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등록 임대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주요 혜택은 '세입자 주거 안정성'을 위해 8년 이상 장기(長期) 임대를 약속하는 경우에 집중됐다. 예컨대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의 경우, '4년 임대'를 선택하면 감면 폭이 '8년 임대'의 '절반'이 아니라 '3분의 1'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도 8년 임대로 등록해야 한다.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굵직한 내용이 빠졌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 요건 완화'. 지금은 '6억원 이하 주택'을 5년 이상 등록하고 빌려줄 때 종부세 계산에서 제외해 주는데, 이를 '9억원 이하' 등으로 완화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날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종부세 계산에서 빼기 위한 의무 임대 기간은 기존 '5년'에서 '8년'으로 오히려 늘었다. 다주택자들은 포털 사이트 부동산 카페 등에서 '개악(改惡)'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집주인 입장에서 최장 8년인 임대 기간 임대료가 사실상 동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형식상 집주인은 연(年) 5% 이내에서 전·월세를 올릴 수는 있다. 문제는 협상력이다. 등록 임대 사업자는 정부와 약속한 기간 임차인의 잘못이 없는 한 재계약 거절이 불가능하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퇴거 요구권이 없는 집주인은 사실 을(乙)에 가깝다"며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 합의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나설 경우 집주인은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임대료 인상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국토부는 자발적 임대주택 등록이 기대를 밑돈다고 판단되면 2020년부터 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이와 연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날 김현미 장관이 "보유세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까지 말하면서 '팔지도 않고, 등록하지도 않으면 최후의 카드(보유세)를 꺼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외곽 간 양극화 심화
이번 방안에는 세입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의 '집주인 동의' 절차가 내년 2월 폐지된다.
가입 대상 보증금 한도도 수도권은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지방은 4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계약 연장 거절을 알리는 통지 기간도 ‘계약 만료 1개월 전’에서 ‘2개월 전’으로 바뀐다.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집주인 연락이 없었다면, 계약은 기존 조건으로 자동 연장되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주어진 처지에 따라 엇갈린 선택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 주택 보유자, 여유 있는 장기 투자자는 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등 인기 지역 집값은 내리지 않으면서 비(非)인기 지역 가격이 떨어지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집값 하락 신호가 나타나거나 보유세 인상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수도권 외곽 등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발(發) 매도 물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